오래 전 한국을 찾은 대부분의 외국인들이 먼저 접한 한국어는 인사 말 다음으로 ‘코리안 타임’이었을 것이다. 보통 약속시간보다 20~30분 정도 늦으면서 늦은 이유를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이 말을 듣는 일이 거의 없다. 물론 지하철 노선망의 확충이나 버스전용차선 등 대중교통정책 발달이 코리안 타임 해소의 가장 큰 요인이겠지만 휴대폰의 발달도 여기에 일조했을 것이다. 늦을 것 같으면 미리 전화를 하면 되니 ‘코리안 타임으로 늦었다’는 변명을 듣는 일이 없어졌다.
대중교통의 발달로 이동시간을 줄일 수 있는 등 이를 통해 확실히 편안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데 매일 이용하는 대중교통이라 개선해줬으면 하는 일들이 눈에 들어온다. 얼마 전 지하철 9호선을 타고 김포국제공항역에서 공항철도로 갈아타 인천국제공항에 갈 일이 있었다. 9호선과 공항철도의 경우 순방향으로 가는 차량은 같은 승강장을 이용한다. 차량이 거의 동시에 역사에 도착해 거의 동시에 문이 열렸다. 나는 수하물이 없어서 문이 열리자 마자 뛰어서 갈아탈 수 있었지만 대부분의 승객들이 갈아탈 수 없어서 다음 전철을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물론 나처럼 뛰어 갈아타는 것도 위험한 행위라 도저히 권할 수 없지만 눈 앞에 전철이 서 있으면 뛰어서라도 타고 싶은 것이 보통 사람들의 심리일 것이다.
이런 불편을 해소하는 일은 간단하다. 정차시간을 조금 연장시키면 되는 일이다. 승강장에서 정차시간이 30초만 있어도 서로 갈아타는데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물론 회사와 노선이 다르지만 승객의 편의를 생각해 개선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버스를 타면서 항상 궁금한 것은 안내방송과 현실이 다른 일이 있다는 것이다. 버스가 정차한 후 안전하게 버스에서 내리라고 안내방송하고 있지만 현실은 버스가 정차하기 전에 자리에서 일어나 문 앞에서 내리는 준비를 하는 승객이 대부분이다. 안내방송대로 버스가 완전히 정차한 후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면 금방 문이 닫히고 출발해 버리는 경우가 있다. 과연 버스가 내릴 때까지 기다려 준다 하더라도 다른 승객들의 눈총을 등으로 느끼면서 버스에서 내려야 한다.
대중교통의 사명은 많은 승객을 안전하고 신속하게 이동시키는 일이다. 신속하게 이동한다는 것은 빨리 이동하는 것이 아니다. 신속함보다 안전이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인 친구들이 “그래도 옛날에 비하면 시내버스도 얌전해졌다”고 하는데 나도 같은 생각이다. 한국에 처음 왔을 당시 탄 버스에서 급정차, 급발진은 일상이었고 어떤 때는 시내 한복판에서 시속 100㎞를 넘는 속도로 택시를 추월하기도 했다. 깜짝 놀랐지만 이제는 그런 일이 없다. 시내 곳곳에서 CCTV로 단속한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이제부터는 안전에 대한 의식 자체를 바꿀 때이다. 조금 늦게 도착하더라도 안전을 더 생각할 때가 아닐까.
내가 생각하는 문제점을 적어봤지만 종합적으로 보았을 때 서울시내의 대중교통이 과거보다 더 편안하고 쾌적한 이동수단이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옛날에는 분명히 있었는데 요즘 보기 힘든 습관이 있다. 바로 서 있는 승객의 물건을 앉아 있는 승객이 들어주는 일이다. 일본에서는 그런 일이 없어서 이상하게 여겼지만 한국의 좋은 습관이라고 생각했고 이에 금방 익숙해져 서 있는 사람의 물건을 들어 주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언제나 하는 것처럼 서 있는 승객의 큰 가방을 들어주려고 했으나 그 승객이 이상한 눈으로 나를 일별한 후 자신의 가방을 뒤로 했다. 그것은 사정을 모르고 한국에서 시내버스를 탄 30년 전의 나의 모습이었다.
앞서 말한 지하철끼리의 환승 문제, 시내버스에서의 안전의식 등은 모두 우리 스스로가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다. 내가 먼저가 아닌 남을 배려하는 한국 특유의 정서인 ‘정’을 조금 더 앞세워 실천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쓰치다 마키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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