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전 하와이'였다. 22일 개봉한 영화 '암살'의 하정우는 극중 인물 하와이 피스톨에 대해 설명하다 제2의 고향과도 같은 하와이에 대해 아낌없는 사랑을 드러냈다. 하와이에 대한 예찬론을 듣노라면 이게 '암살'에서 그려지는 하와이 피스톨이 아닐까 싶었다. 일제강점기 조국의 독립을 위해 애국충정을 보일 때 하정우와 오달수가 연기한 하와이 피스톨과 영감은 실리를 좆는다. 최동훈 감독은 무겁기만 했던 시대에도 분명 존재했을 낭만을, 로맨스를, 희망을 하정우에게 몰아주기하며 매력을 덧입혔다.
-하와이 피스톨은 어떤 캐릭터보다 매력적이다.
"영화에서 릴리프(relief)를 담당했다. 무겁고 진중함을 중화시키는 역할이었다. 최동훈 감독은 '인디아나 존스'와 같은 어드벤처물의 캐릭터였으면 좋겠다며 영화 톤을 생각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아마 평상시 재기발랄하고 유쾌한 실제 모습을 요구한 게 아닌가 싶다."
-최 감독이 섭외할 때 (캐릭터를) 목숨 걸고 쓰겠다고 약속했다.
"만족스럽다. 하와이 피스톨의 신비스러움을 제대로 그렸다. 사실 출연에는 김윤석 선배의 힘이 컸다. 두 사람의 인연으로 내가 사석에서 최감독과 만나며 합류하게 됐다."
-극중 이름에서 오는 매력도 상당하다.
"하와이 피스톨은 최 감독의 작명이다. 함께 대본을 쓴 이기철 작가는 이름을 두고 쿠바 리볼버를 제안했다. 마침 내가 하와이를 좋아하는데 하와이 피스톨이란 배역을 맡았으니 운명적 만남이 아니었을까."
-영화에서 하와이를 가보지 않은 설정도 재미있다.
"1930년대의 하와이도 아름답지 않았을까. 꿈보다 해몽인데 독립운동이 처음 시작된 곳도 하와이다. 뒤늦게 알았지만 안창호 선생이 다이아몬드 헤드를 보고 도산이라는 호를 지었다고 들어 말이 되겠다 싶었다. 최 감독과 촬영 전 하와이 얘기도 많이 했다."
-총격신, 해외 촬영 등 힘든 점은 없었나.
"몸보다 심적인 부분이 가장 힘들었다. '허삼관'을 끝내고 하루 쉰 다음 상하이로 넘어가 촬영에 합류했다. 한 달이나 먼저 호흡을 맞추고 있는 배우들과 달리 내가 적응할 수 있을까, 캐릭터를 재미있게 표현할 수 있을까 걱정했다. 몸을 쓰는 작품은 이보다 더한 것도 하지 않았나. 머리칼을 홀딱 밀고 말 탔던 '군도'도 있고."
-영화에 녹아든 때는 언제였나.
"상하이 촬영이 끝날 쯤 하와이 피스톨을 이렇게 연기하면 되겠구나 싶더라. 차에 매달려 기관총을 쏘는데 '저 필링이구나' 하고 왔다."
-두 번째로 만난 전지현과의 케미가 뛰어났다.
"'베를린'에서 못다 이룬 관계의 연장선상이 아닐까 싶다. 후반부 아네모네 카페에서의 뽀뽀 장면은 원래 더 진했는데 동병상련의 의미를 담아 그 정도로만 표현됐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클라크 케이블과 비비안 리의 투샷을 연상시키고 싶었다."
-오달수와의 브로맨스도 척척 붙는다.
"이전부터 김윤석 선배에게 얘기를 많이 들어 만나니 고향 선배와 재회한 느낌이 들었다. 사석에서 밥 먹고, 술 마시고, 산책하면서 만들어진 친밀함이 고스란히 영화에 나온 것 같다."
-이성이든, 동성이든 케미가 잘 붙는다.
"내가 사람을 좋아해서다. 다작을 하다 보니 촬영장이 직장이 되는 셈인데 지루하고 고된 시간 속에 재미있게 버텨나갈 수 있으려면 사람들하고 즐겁게 지내려는 게 케미로 이어진다."
-캐릭터의 양이 반드시 질에 비례하지 않는데.
"최 감독이 이미 전작들에서 많은 캐릭터들의 교통정리를 잘했다. '암살'에도 많은 캐릭터들이 나오지만 감독의 손길과 애정으로 각자 잘 살겠구나 생각했다. 하와이 피스톨은 영화 시작 후 20분 후에나 나오지만 시나리오를 믿고 들어갔다."
-배우이자 동시에 영화 감독이기도 하다.
"감독을 해보니 감독의 이해하는 마음이 넓어졌다. 자리의 고독함을 알게 됐다. 감독의 디렉션이 더 가깝게 이해되고 캐릭터 자체가 아닌 팀플레이를 생각하게 됐다. 스트레스도 덜 받게 됐다. 이번 작품을 통해 이경영 선배를 좋아하게 됐다. 만약 세 번째 연출을 하면 이경영 선배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하고 싶다."
-많은 감독들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이유는.
"내 입으로 말하긴 쑥스럽다. 친근감이 가장 큰 매력이 아닌가 싶다."
-차기작 '아가씨'도 시대극이다.
"시대극은 캐릭터 뒤에 숨을 공간이 더 많이 있어 매력적이다. 양식적인 의상, 헤어, 메이크업 등은 연기하는데 수월하게 해준다."
-1년에 2편 이상 꾸준히 작품을 내놓는다.
"힘 닿는데 까지 다작을 하고 싶다. 많은 작품을 하면서 연기를 연마해야 배우의 아우라나 내공이 생기는 게 아닐까. 출연작을 미리 결정해서 준비하기 때문에 (다작이) 가능하다. 일상과 일을 철저히 분리하는 노하우도 생겼다. 대전 정도의 거리가 있는 촬영에도 잠은 꼭 집에 가서 잔다. 그림을 그리거나 핏비트(건강설계 디바이스)를 차는 것도 캐릭터에서 금방 빠져 나올 수 있는 점인 것 같다."
-하반기 계획은.
"10월 셋째 주에 '아가씨' 촬영을 마치고, 한 달 하와이로 휴가를 가 쉬다 올 예정이다. 12월 중순부터 터널 촬영에 들어간다. 요즘에도 차기작, 차차기작 제작진들과 만나 얘기하며 미리 준비하고 있다."
-하와이에서 뭘 하나.
"주로 오하우에 머무는데 식물처럼 있는다. 자연을 벗삼아 대여섯 시간씩 산책하고 밀린 영화도 한꺼번에 본다. 장기방을 못 구할 땐 현지 한인부동산에 직접 전화도 한다."
이현아 기자 lalala@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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