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 자칭 영국 첩보원 20대, 테러범 신고 소동
“항공기에 테러범이 탑승한다는 정보가 있습니다. 저는 영국 MI6 첩보원입니다.”
스스로를 영국 첩보원(MI6)이라고 소개한 외국인 남성이 24일 김해공항에서 베이징으로 출발하는 항공기에 알카에다 소속 테러범이 탑승했다고 경찰에 신고해 공항의 검문검색이 강화되고 일부 항공기가 지연 출발하는 등 소동이 빚어졌다.
영국인 남성 A(23)씨는 24일 오전 2시께 부산 남부경찰서 대연지구대를 방문해 호프집에서 술을 마시던 중 ‘다른 영국인에게 들었다’며 테러범을 신고했다. 24일 오전 8시께 김해공항을 출발해 베이징으로 향하는 항공기에 알카에다 소속 테러범이 탑승했다는 것. 신고내용도 상당히 구체적이었다. A씨는 경찰에서 “테러범이 베이징에서 미국행 항공기로 갈아타고 폭파할 것 같다”며 “테러범은 20대 초반의 흑인 남성으로 키는 180cm 가량이고 머리숱이 거의 없다”고 신고했다.
이 신고로 부산 남부경찰서와 강서경찰서 서장이 현장지휘에 나섰고 신고 내용은 국정원과 공항공사 및 국내 항공사 등으로 통보됐다. 공항기동대와 경찰특공대 등이 로비 검문검색을 강화했고 기내 수색으로 인해 이날 오전 8시 15분께 베이징으로 출발하려던 국내 항공기가 지연 출발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A씨가 이야기를 들었다는 영국인 남성을 찾았지만, 해당 남성은 “A씨에게 항공기와 관련한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씨가 음주상태에서 이 같이 신고한 것으로 보고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을 검토 중이다. 정치섭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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