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토박이 교사 김선혜씨는 2013년 제주도에 ‘입도’했다. 온 가족이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후 큰딸의 심한 아토피 증상이 호전되는 ‘기적’을 체험한 후, 3년의 장고 끝내 내린 결단이었다. 김씨는 전근으로 제주도에 안착했지만 일식당을 운영했던 남편은 불행히도 그렇지 못했다. 그는 2년 동안 정육가공회사 직원, 급식 조리원, 감귤농사꾼, 생선 경매작업자, 옥돔판매업자, 장애인협회 간사, 초콜릿 배송업체 직원 등 다양한 직업을 전전하며 제주도에 대한 로망을 불안과 짜증으로 바꾸고 있었다.
이런 제주살이 경험과 남편을 응원하는 글을 연재한 김씨의 블로그에 제주 이주 가장들이 댓글로 화답했고, 내친 김에 김씨는 제주에 안착한 12명의 도시 남자를 인터뷰하고 남편 사연까지 보태 ‘지속가능한 제주살이’ 비법을 책으로 엮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오직 제주에 살기 위해’ 직업을 바꿨다는 것. 시스템 엔지니어는 돌담 쌓는 기술자, IT 해외영업 사원은 제주 관광버스 기사, 대기업 영업관리자는 중장비 기사를 선택해 새 삶에 적응했다.
도시 남자들이 제주도에 정착하게 된 계기와 이주 후 겪은 시행착오, 현재 생활과 만족도를 친절하게 소개하는 책은 깨알 적응 팁도 덧붙였다. 매달 1,100명이 정착을 시도하는 이주 열풍으로 제주도는 지금 건설경기가 호황인 반면, 넘쳐나는 게스트하우스 때문에 중소규모의 숙박업 투자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식이다.
“다시는 식당 일을 하지 않겠다”며 서울을 떠난 남편이 다시 제주에서 일식집을 차린 사연으로 마무리한 책은 탈(脫)도시를 꿈꾸는 이들에게 말한다. “생존 없이는 낭만도 없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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