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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공룡 6종을 통해… 어른들 위한 가이드북

입력
2015.07.24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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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열전/ 박진영 글·그림/ 뿌리와이파리 발행/ 1만6,200원
공룡열전/ 박진영 글·그림/ 뿌리와이파리 발행/ 1만6,200원

남자 아이들이 공룡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지상에서 가장 큰 동물인 코끼리의 몇 배나 큰 크기, 날카로운 이빨, 강렬한 눈빛과 금세 공격할 것 같은 자세의 거대 공룡은 사내 아이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준다. 더구나 공룡은 멸종했기 때문에 아이들의 상상 속에 되살려내기에 용이하다. 그렇게 상상된 공룡은 자신들과 동일시되거나 자신을 지켜주는 수호동물이 된다.

반면 어른은 좀처럼 공룡에 흥미를 갖기 어렵다. 아이와 대화를 하기 위해 관심을 가져보려 하면 이름이 혼동스럽고 의외로 많은 데 놀란다. 현재까지 발견되어 이름이 붙은 공룡은 700종이나 되는데 기껏 아는 공룡이라고 해봐야 티라노사우르스 정도가 고작이다. 게다가 이름은 얼마나 복잡한가? 마이크로파키케팔로사우르스는 작고 굵은 머리를 가진 도마뱀이라는 뜻의 공룡인데 아이들은 외워도 어른의 머리로는 기억하기 힘들다. 아이들의 지식은 빠르게 업데이트되는 데 비해 어른들의 오해와 편견은 수십 년 전 그대로다.

이런 어른들에게 박진영의 ‘공룡 열전’은 구원의 동아줄이다. 이 책은 공룡에 관한 과학적 정보는 물론 재미있는 주변지식을 풍부하게 제공한다. 그는 온갖 공룡을 망라하는 백과사전식 정리 방식을 지양하고, 대표 공룡 여섯 종만 추려서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 물론 단 여섯 종만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영화에 무수한 조연이 출연하듯이 다양한 공룡이 적절히 등장해 비교되고 설명된다. 그 결과 책을 읽고 나면 주연 공룡 여섯 종의 특징과 대표성이 독자에게 확실히 각인된다. 일반 대중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폭군 도마뱀 티라노사우르스, 세 개의 뿔이 달린 얼굴 트리케라톱스, 팔 도마뱀으로 목이 매우 긴 브라키오사우르스, 이구아나 이빨 이구아노돈, 무서운 발톱의 데이노니쿠스, 지붕 도마뱀 스테고사우르스. 저자는 이 여섯 종을 여섯 개의 장으로 나누고, 뼈에 남은 단서만으로 사건을 수사하는 영화 ‘본 콜렉터’처럼 흥미로운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19세기 시작된 공룡화석의 발견자와 고생물학자들의 열정, 헌신, 음모, 그리고 배신에 관한 이야기가 드라마틱하다. 아내가 우연히 주워온 이구아노돈의 이빨 화석으로 인해 영국의 시골 의사에서 열렬한 공룡 연구가가 되어버린 아마추어 고생물학자 기드온 맨텔. 그와 같은 시기에 영국 고생물학계의 총아로서 무수한 업적을 남기고 심지어 공룡이란 이름을 최초로 명명하기까지 한 리처드 오언. 그런데 오언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맨텔을 끊임없이 괴롭히고 연구성과마저 가로챘다. 이와 같은 일이 미국에서도 일어났다. 예일대에 터를 잡은 전설적인 공룡연구가 오스니엘 마시는 유능한 조수였던 존 벨 헤처의 연구성과를 가로채고 방해한다. 이 자체가 육식 공룡과 초식 공룡 간 싸움을 방불케 한다.

공룡 연구는 최근에 르네상스를 맞은 듯 첨단 장비와 새로운 접근법을 바탕으로 다양한 연구결과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한다. 새로운 종류의 공룡 발굴도 끊이지 않고 있는데 2015년 초반에도 비둘기만한 육식 깃털 공룡인 이(Yi)가 중국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6,600만년 전에 멸종했지만 새 학설이 등장하고 새로운 화석이 발굴되는 한 공룡 이야기는 ‘네버 엔딩 스토리’다. 지질 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생물 진화의 드라마, 그 자연사의 흥미진진한 현장으로 가기 위한 적절한 가이드북으로 ‘공룡 열전’이 제격이다.

‘과학책 읽는 보통 사람들'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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