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히메네스.
[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프로는 성적으로 말한다. 하지만 성적이 전부는 아니다. '숫자'에 드러나지 않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 양상문(54) LG 감독이 외국인 타자 히메네스(27)를 기특해하는 이유다.
히메네스는 대체 선수로 지난달 LG에 합류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성적은 신통치 않다. 3루 수비는 합격점을 받았지만 공격이 문제다. 팀의 4번 타자를 맡고 있지만 24경기에서 타율 0.248, 4홈런 15타점에 그친다. 빈약한 타선으로 고전하며 올 시즌 하위권을 맴돌고 있는 LG로선 더욱 아쉬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프로로서의 '자세'는 남다르다. 양상문 감독은 "히메네스가 올스타 휴식기 때 숙소 근처에 있는 야구 연습장에서 500원을 넣고 치는 배팅 기계로 연습을 했다더라"며 "2만원 어치를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강남역 인근 오피스텔을 숙소로 쓰는 히메네스는 휴식기 때 직접 자신의 배트를 챙겨 들고 야구 연습장에 나가 500원짜리 동전을 쌓아 두고 타격 훈련에 땀을 쏟았다.
사실 투수를 상대하는 것과 배팅 기계의 볼을 받아 치는 건 차이가 크다. 프로 선수들은 배팅 기계가 오히려 더 안 맞는 것 같다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양 감독이 주목한 건 히메네스의 간절함이다.
양 감독은 "맞고 안 맞고를 떠나 히메네스가 정말 잘 해보려고 노력한다는 게 참 가상하지 않나. 우리 선수가 그렇게 했다고 해도 그럴 텐데 외국인 선수가 그렇게까지 했다니 정말 기특하다"며 흐뭇해했다. 모처럼 주어진 '휴식기'에 자발적으로 타격감을 찾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훈련을 했다는 점에서 더욱 든든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아직 4번 타자로 확실한 믿음을 주지는 못하고 있지만 양상문 감독은 "히메네스의 타순을 옮기는 건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시즌 중반에 새로운 리그에서 뛰게 된 히메네스가 경험을 더 쌓아 적응을 마치고 난다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거란 기대도 숨어 있다.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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