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수애 주연의 SBS 드라마 ‘가면’에 표절 의혹이 제기됐다.
‘기업 내 고위 간부인 남자가 똑같이 생긴 가짜 여주인공을 내세워 회사를 삼키려 한다’는 이야기 뼈대가 ‘가면’보다 앞서 저작권 등록을 마친 자신의 창작물과 같아 “’가면’을 쓴 최호철 작가가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이 나와서다. ‘가면’은 자신을 숨기고 가면을 쓴 채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는 여자와 그를 둘러싼 음모를 다룬 드라마다.
박은경 김명우 작가는 23일 드라마 시청자 게시판에 글을 올려 2014년 저작권 등록이 된 ‘가면’이 자신들이 2010년에 저작권 등록을 마친 ‘그림자 여인’과 서사의 핵심 뼈대와 등장인물 역할 및 설정이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진짜 인물을 살해하는 현장에 있었고, 스스로 가해자로 믿고 있는 자에게 접근 최면이라는 독특하고 일상적이지 않는 방법을 통해 살인 현장의 부분적인 진실을 보여준다는 설정’이 같다는 게 두 작가가 제기한 표절 의혹의 주요 근거다.
‘가면’의 첫 회부터 16회(7월16일 방송)까지 모니터했다는 두 작가는 자신들의 시나리오와 드라마와 겹치는 점을 조목조목 꼬집었다.
‘가면’에 진실을 찾아 다니는 동생이 그녀(수애 분)가 그림자 역할을 하는 것을 확신하고, 호텔에 나타나 가짜 재벌 며느리(수애 분)에 접근하다 경호원에 제지 당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대목이 ‘그림자 여인’과 똑같다는 주장이다. 이 외에도 돈 냄새를 맡고 이 사건에 뛰어든 사채업자 두 명이 가짜 서은하의 배후에 있는 민석훈(연정훈 분)을 협박하자, 그가 사채업자를 산으로 끌고가 땅에 파묻어 죽이려 하는 장면과 진실을 쫒는 동생이 가짜 재벌 며느리(수애 분)를 카페에서 처음 만나고, 민석훈도 카페에서 떨어진 곳에서 몰래 지켜보는 장면 등 네 가지 유사 사례를 들어 저작권 침해를 주장했다.
드라마 장면 외에 “인물 설정도 너무나 비슷하다”고 봤다.
두 작가는 ‘그림자 여인’속 문실장과 ‘가면’속 민석훈이 자신의 음모를 위해 살인을 하는 점과 시나리오 속 가짜 귀족이 된 여자주인공(복남)의 진실을 추적하는 역할을 하는 호동이란 캐릭터가 드라마 속 남동생이란 인물과 유사하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두 작가는 ‘그림자 여인’의 시나리오를 “다섯 살 된 어린 자식”이라고 표현하며 “어느 날 갑자기 납치돼 남의 자식으로 등록돼 부모도 모르고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고 애통해했다. “작품은 이미 도둑맞았다고 판단되고, 앞으로의 영화화의 가능성마저 빼앗기고 결국 깊은 상처만 남았다”며 ‘가면’의 최 작가와 드라마 제작사인 골든썸픽쳐스의 공식 해명을 요구했다.
두 작가의 표절 의혹 제기에 골든썸픽쳐스는“표절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최 작가의 순수 창작물”이라는 게 드라마 제작사의 설명이다.
골든썸픽쳐스는 “두 작가가 ‘서사 핵심 뼈대의 일치와 등장인물들의 역할 및 설정’이 유사하다고 지적하고 있으나, 최 작가는 ‘가면’ 시작 단계부터 ‘현대판 왕자의 거지’ 이야기 임을 분명히 밝혔다”며 “비슷한 외모를 지닌 도플갱어 얘기는 ‘가면’ 이전에도 여러 작품을 통해 이미 다뤄졌다”고 반박했다.
또 두 작가가 표절의 근거로 ‘그림자 여인’의 4년 앞선 저작권 등록 시기를 든 것에 대해서는 “’그림자 여인’은 그 동안 대외적으로 공개된 적이 없는 작품이며, 최 작가를 비롯해 제작사, 대중이 결코 접할 수 없는 작품이었다”며 “두 작가 말대로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마켓 멘토링 이후 최근까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던 작품을 어떻게 최 작가가 알고 구체적인 내용과 장면을 베낄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인지 오히려 반문하고 싶다”고 했다.
이를 두고 표절 의혹을 제기한 김명우 작가는 한국일보에 “2012년 영진위에서 운영하는 시나리오마켓에 ‘그림자 여인’을 누구나 볼 수 있게 무료 등록했다”는 의견을 냈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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