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 지출은 지역별 안배로 절충
국정원 해킹 문제 놓고선 기싸움
정보위 차원 비공개 검증 가닥 예상
여야는 23일 ‘주고받기 협상’을 통해 추가경정예산안의 24일 처리에 잠정합의했다. 논란이 컸던 정부의 세수 확보 방안이나 최근 정국의 핵으로 떠오른 국가정보원의 해킹 의혹 등과 관련해 오랜만에 정치력을 발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야의 입장이 팽팽히 맞섰던 법인세 인상 문제는 추경안에 부대의견을 달아 법인세를 포함한 세제 개편 논의의 물꼬를 트는 선에서 타협이 이뤄졌다. 부대의견에 법인세라는 단어를 명기하되 인상이나 정상화 등의 구체적인 표현은 넣지 않기로 한 것이다. 여야 모두가 추가 세수 확충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만큼 판을 깨기 보다는 법인세를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추후 논의하자는 절충점을 찾은 셈이다.
새누리당은 지금까지 기업 투자를 위축시키고 추경 효과를 반감시킬 우려가 크다며 법인세의 ‘ㅂ’자도 안 된다는 강경 입장이었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매년 반복되는 세입 결손을 메우기 위해 정부가 세입경정을 실시하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이번만큼은 어물쩍 넘길 수 없다”고 맞서왔다.
논란의 한 축이었던 사회간접자본(SOC) 지출도 여야가 타협의 묘미를 발휘했다. 야당은 당초 절반 이상 삭감을 공언했지만,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여당 역시 정부원안 고수만을 주장할 경우 협상 결렬에 따른 정치적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 결국 여야는 최대한 정부안의 골격은 유지하면서 지역별로 고르게 안배하는 방식으로 절충점을 찾았다.
이에 따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24일 전체회의를 열어 추경안 심사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예결특위는 이날 추경안 등 조정소위원회 소소위를 통해 막바지 증액 심사를 진행했다. 여야는 추경안이 예결특위를 통과하는 즉시 본회의를 소집해 추경안을 처리함으로써 정부가 적기에 추경예산을 집행할 수 있도록 최대한 협조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여야는 또 다른 핵심 쟁점인 국정원 해킹 의혹 문제와 관련해선 막판까지 팽팽한 기싸움을 이어갔다. 이날 오후 열린 여야 원내대표ㆍ원내수석부대표 ‘2+2’ 담판 회동에서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 문제를 일절 언급하지 않은 채 추경안 합의만을 강조했고,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해킹 의혹에 대한 명쾌하고 분명한 검증이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여야 모두 추경안 협상 전체가 결렬되는 데 따른 부담을 감안, 구체적인 진상 규명 방식에 대해선 추가로 협상을 진행하는 쪽으로 출구를 찾았다. 이춘석 새정치연합 원내수석부대표는 “국정원 해킹 의혹과 관련해 이견이 있는 부분은 있는 대로 남겨뒀다”고 전했다.
물론 정보기관인 국정원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는 데 여야가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루고 있어 국회 정보위원회 차원의 비공개 검증 쪽으로 대체적인 가닥은 잡혀가는 중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정보위 외에 다른 유관 상임위에서도 가능한 수준에서 검증 절차를 진행하는 방안도 열어두고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nani@hankookilbo.com
전혼잎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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