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 최고(最古)의 이슬람 경전 ‘꾸란’이 영국 버밍엄대 도서관에서 발견됐다. 이는 이슬람 교리가 일찍이 구전이 아닌 기록으로 완성됐다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23일 AP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버밍엄대는 도서관에 보관하고 있던 꾸란 파편에 대해 방사성탄소 연대측정을 한 결과 최소 1,370년 전 제작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꾸란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연대측정을 주도한 옥스퍼드 연구팀은 “측정 결과 이 꾸란의 양피지는 서기 568년부터 645년 사이에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 시기는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 사망 직후로 추정된다”라고 설명했다.
발견된 꾸란은 칼데아 가톨릭교회 사제가 1920년대 중동을 돌아다니며 모은 수집품 3,000여개 중 하나로, 제작 시기가 밝혀지지 않은 채 버밍엄대 도서관에서 100여 년 동안 잠들어 있었다. 그러나 버밍엄대 박사과정 학생 알바 페델리가 이 파편을 발견하면서 관련 조사가 시작됐다. 당시 페델리는 자료 수집을 위해 꾸란 책을 넘겨 보던 중 책 가운데 끼워진 2쪽짜리 양가죽 꾸란을 발견하고 예사롭지 않다는 생각에 대학 측에 알렸다고 버밍엄대는 전했다.
버밍엄대에서 기독교 및 이슬람을 연구하는 데이비드 토머스 교수는 “이 꾸란을 쓴 사람은 예언자 무함마드를 가까이서 지켜보고 그의 연설을 듣고 친분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며 “현재 무슬림이 갖고 있는 꾸란의 내용과도 매우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꾸란은 무함마드가 610년경 알라 신에게 처음 계시를 받은 이후 632년 사망 때까지 받은 계시가 구전으로만 전해져 오다 3대 칼리프 우스만(644∼656)이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파편이 발견됨에 따라 이슬람 교리가 무함마드 시대 말기부터 구전이 아닌 기록으로 보존돼 왔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국립도서관 큐레이터 무함마드 이사 웨일리 박사는 “발견된 꾸란은‘귀중한 생존자’”라며 “무슬림들의 심장을 뛰게 할 것”이라고 BBC에 전했다.
신지후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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