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피해 누와콧 파나퍼티 마을에 태양광 패널 설치해 전기 공급
"환하게 불 들어올 때 감격 못 잊어"
“전기가 없어 모두 어두컴컴한 곳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도와주세요….”
퍼우델 시워라즈(27)씨는 도움을 요청하는 이 한 마디에 지난달 네팔 카트만두로 날아갔다. 그는 2013년 한국으로 건너와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네팔 유학생이었다. 지난 4월 고국에서 강진이 발생했다는 소식에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대지진이 휩쓸고 지나간 카트만두 지역에 두 살 터울의 여동생이 치과대를 다니고 있었던 것. 6시간 통신이 두절된 끝에 간신히 연락이 닿은 동생은 마침 다른 곳으로 휴가를 떠나 화를 면했지만 뉴스를 통해 접한 카트만두의 풍경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동생의 안전을 확인한 뒤에도 카트만두의 참상이 계속 머리에 남았다. 고국을 도울 방법이 없을까 발만 동동 구르던 차에 지난달 지도교수인 안성훈 기계항공공학부 교수가 건넨 제안은 단비와 같았다. 서울대 글로벌공헌단장직을 맡고 있는 안 교수가 지진 복구를 위해 네팔 현지에 전기공급 시스템 설치를 담당할 적임자로 그를 추천한 것이다.
여진 위험을 따질 처지가 아니었다. 그는 서울대를 대표해 지난달 15일 홀로 네팔 현지로 날아가 카트만두 산골마을의 구석구석을 누비며 불을 밝혔다. 퍼우델씨가 찾은 곳은 지진 피해가 가장 극심했던 지역 중 하나인 네팔 누와콧의 타나퍼티 마을. 지진 여파로 마을의 90%가 넘는 집들이 무너져 주민 대부분이 양철 지붕을 얹은 임시 막사 안에서 텐트를 치고 지내고 있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전기였다. 퍼우델씨는 “일주일째 전기가 완전히 끊겨 밤이면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생활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공 지식을 총동원해 한국에서 미리 디자인해 간 태양광패널을 현지에서 조달한 재료로 완성시켜 마을 공터에 총 14개를 설치했다. 여기에 인근 강에서 물을 끌어와 4m 가량의 낙차로 전기를 만들어내는 소규모 수력 발전기도 만들었다.
마을 사람들도 자신들을 위해 수천 킬로를 날아 온 고국의 청년을 환대했다. 몇 채 안 남은 집에서 음식과 잠자리를 제공했고, 젊은 남성들은 퍼우델씨를 돕겠다며 수력 발전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돌과 모래를 퍼 날랐다. 그는 “태양광패널과 수력 발전기에서 생산된 전기로 며칠 만에 마을에 환하게 불이 들어 온 순간의 감격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며 “오랜 만에 휴대폰을 충전한 주민들이 친지에게 안부 전화를 하는 모습을 보고 비로소 마음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퍼우델씨는 올 겨울에도 학교 글로벌사회공헌단 봉사대와 함께 다시 마을을 찾아 2차 복구 작업에 참여할 예정이다. 서울대병원은 네팔 지진 뒤 카트만두대에 1억원 상당의 긴급 의약품과 의료기자재를, 서울대 글로벌사회공헌단과 국경없는과학기술자회는 정수 필터 600개를 지원했다.
김민정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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