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일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는 오른쪽 귀가 잘리고, 목에 상처가 깊게 파인 새끼 고라니가 입소했다. 고라니는 습성상 새끼 때는 움직이지 않고 풀밭에 가만히 앉아 있는데, 이를 보지 못한 농부가 풀을 깎기 위해 예초기 작업을 하다가 사고가 난 것이었다. 귀 안쪽의 평형감각을 담당하는 기관이 손상돼 제대로 걷지 못했고, 두개골과 두피 사이에 부종도 심각했던 고라니는 결국 10일 뒤 숨졌다.
어미와 떨어져 혼자 남겨졌거나 사고를 당해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구조한 야생동물은 지난달에만 총 186마리다. 흰뺨검둥오리ㆍ황조롱이 등 조류가 25종 139개체(75%), 포유류가 5종 47개체(25%)였다. 동물들의 사고 원인으로는 어미를 잃은 경우(62%)가 제일 많았고, 전선ㆍ건물과의 충돌(13%), 차량과의 충돌(10.8%) 순이었다. 김희종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선임수의사는 “로드킬을 당하거나, 구조되지 못한 야생동물 숫자까지 합하면 목숨을 잃을 위험에 놓인 야생동물들의 수는 그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광대 연구진이 올해 발표한 ‘국내에서 구조된 야생동물들의 특성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전북ㆍ충북ㆍ부산ㆍ울산 등 야생동물구조센터 4곳에서만 야생동물 2,640마리가 구조됐다. 현재 전국에 운영 중인 구조센터는 모두 11곳이다.
구조된 야생동물 가운데 조류가 1,717마리(65.1%)로 가장 많았고, 포유류 877마리(33.2%), 파충류 46마리(1.7%) 등이었다. 천연기념물ㆍ멸종위기종(조류 415마리ㆍ포유류 20마리ㆍ파충류 4마리)도 다수였다. 조난 원인으로는 건물ㆍ차량과의 충돌, 어미를 잃은 경우 등이 대다수였는데, 구조됐다 방생된 동물은 33%에 그쳤다. 절반에 가까운 50.1%가 폐사했으며 안락사 비율도 11.6%에 달했다. 구조되더라도 상처가 심각해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없는 개체들이 많다는 뜻이다.
김희종 선임수의사는 “야생동물 사고 10건 중 7건은 사람의 활동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며 “사고를 완전히 막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고층건물 유리창엔 주변 경관이 비치지 않는 유리를 쓰는 등 조류 충돌을 막아 동물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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