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 매각을 추진 중인 채권단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측에 협상가로 1조218억원을 제시했다. 박 회장 측이 원하는 가격과의 격차가 커 양측 협상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미래에셋 등 채권단 운영위원회 소속 6개 주요 금융사는 이날 회의를 통해 금호산업 매각(50%+1주) 협상가를 1조218억원으로 결정하고, 이를 전체 채권단과 금호아시아나 측에 통보했다.
채권단 운영위가 내놓은 협상가는 주당 5만9,000원 선이다. 지난 15일 삼일과 안진 두 회계법인은 금호산업 정밀실사를 통해 주당 3만1,000원을 적정한 기업가치로 제시한 바 있다. 채권단은 실사를 통해 평가된 가격에 90%(주당 2만8,000원)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했다. 이는 금호산업 주식의 이날 거래소 종가(1만8,500원)의 3.2배 수준이다.
이는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라는 평가다. 금융권에서는 채권단이 7,000억~8,500억원 선의 협상가를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채권단은 앞서 본입찰에 단독 참여했던 호반건설이 6,007억원을 제시했으나 유찰시킨 바 있다.
이처럼 높은 가격을 제시한 것은 채권단 중에서도 미래에셋 측의 주장이 관철된 결과로 풀이된다. 미래에셋은 사모펀드(PEF) 투자자들로부터 배임 등 이슈가 터져나올 수 있기 때문에 금호산업 매각가를 최대한 높여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채권단과 박 회장 측은 8월부터 협상에 들어가 9월 중에 박 회장이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유환구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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