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면 텅 비어있는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스키하우스와 용평리조트 드래곤플라자에 미술작품들이 가득 들어찼다. ‘생명의 약동(엘랑 비탈)’을 주제로 한 2015 평창비엔날레가 23일 개막한 덕분이다. 본전시와 ‘포스트 박수근’ 등 2개의 특별전으로 구성된 평창비엔날레가 올림픽의 도시를 화려하게 수놓기 시작했다.
한국 작가 28명과 해외 13개국 작가 22명이 참여한 본전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탈리아 베네치아 ‘개인적인 구축물’전에도 참여한 이이남과 한호의 작품이다. 미디어아트 작가 이이남은 동양화 ‘조춘도’에 ‘그랑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 등 널리 알려진 명화 속 인물들을 삽입한 영상 ‘조춘도-보이지 않는 빛’을 내놓았다. 동양의 자연을 세계인에게 보다 친숙한 방식으로 보여주려는 의도다. 한호는 작은 방 천장에 조각거울 304장을 매달아 반사되는 빛으로 방을 가득 채웠다. 304명의 세월호 희생자를 의미하는 것으로, 한호는 “빛을 통해 이들의 못다 이룬 꿈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본전시는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의 스키하우스와 컨벤션센터에서 8월 11일까지 열린다.
강원 양구군 출신 작가 박수근의 영향을 받은 작가 52명을 모은 ‘포스트 박수근’전에서는 유화 물감을 두텁게 바르는 박수근 특유의 표현방식을 따른 작품들과, 박수근 작품의 주제였던 ‘사람의 선함과 진실함’을 표현하는 작품들을 볼 수 있다. 박수근의 아들인 화가 박성남도 ‘나팔 불 때’ 연작 2점을 출품했다. 박성남은 “아들로서가 아니라 한 사람의 화가로서 거인의 다음 세대 작가를 찾아나선 이번 전시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용평리조트 드래곤플라자에서 시작해 10월 26일까지 도내를 순회한다.
‘DMZ별곡’은 4월과 5월에 비무장지대를 여행한 작가 52명이 선보이는 신작을 모은 전시로 ‘포스트 박수근’전에 뒤이어 8월 1일 용평리조트에서 시작해 12월 22일까지 강원도내를 순회한다. 판화가 김준권은 ‘DMZ의 아침’이라는 신작에서 비무장지대의 고요한 아침 숲 위에 부서진 철모의 이미지를 중첩해 아름다운 자연 속에 숨어 있는 분단의 상처를 드러냈다.
평창=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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