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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접견 전담 변호사

입력
2015.07.23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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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까지만 해도 이른바 ‘황제 접견’은 정치인, 재벌 총수처럼 권력과 재력을 갖춘 ‘범털’들의 전유물이었다. 호화 변호인단에 속한 변호사는 거의 매일 수감생활에 지쳐가는 범털들을 독방에서 불러내 종일 접견을 했다. 변론준비나 재판 진행상황 보고도 하지만 대개 신변잡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재판 준비에 바쁜 거물 변호사가 매번 접견 갈 수는 없다. 범털을 독방의 고독에서 해방시켜주는 정도의 역할은 대부분 변호인단의 막내뻘 변호사들 몫이었다.

▦변호인 접견권은 헌법이 보장한 기본적 권리다. 체포, 또는 구속된 피의자나 피고인은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접견은 피의자ㆍ피고인의 방어권 및 변호인의 변호권 보장 차원에서 시간과 횟수에 관계없이 이뤄진다. 이 부분이 범털들과 변호인들이 노린 법의 허점이다. 범털들은 플라스틱 유리로 구분된 공간 안에서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거나 아예 소파까지 갖춘 특별접견실을 전세 내다시피 해 권력과 재력의 꿀맛을 즐겼다. 접견제도의 본래 취지를 훼손하고 외부 단절을 통한 징벌이라는 행형의 목적을 무력화한 것이다.

▦‘접견시장’이 변호사들의 블루오션이 된 것은 2012년 이후 연평균 1,100여명의 변호사가 배출돼 경쟁이 심화하면서부터. 특히 소형 로펌이나 단독개업 변호사들은 죽기살기로 수임해야 사무실 운영이 가능할 정도다. 이로 인해 전엔 쳐다보지도 않던 2,000만원 미만 소액사건 수임이 폭증하고, 법무사가 맡던 비송등기 업무까지 처리하는 변호사들도 상당수다. 이런 상황에서 부각된 게 접견시장. 가격도 시간당 평균 30만원, 하루 200만원 정도니 재력 있는 의뢰인 몇만 잡으면 일주일에 수천만 원 수입도 거뜬하다.

▦변호사들이 몰리자 ‘황제 접견’은 범털의 전유물을 넘어 웬만한 개털들도 누릴 수 있는 공유물이 됐다. 그 사이 정작 변호인 도움이 절실한 일반 재소자들이 제때 접견실을 이용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 특히 이제 막 법조인이 된 새내기 변호사들이 ‘접견 전담’업무를 맡아 접견실에서 시간을 죽이는 상황은 기가 차다. 최근 서울구치소가 미선임 상태에서 과다 접견을 한 변호사 10명의 명단을 대한변협에 통보했는데, 대부분 중소 로펌이나 개인 변호사들이 고용한 젊은 변호사들이다. 접견 제도를 무력화하고 변호사들의 취업난을 역이용하는 행위를 바로잡는 자정 노력이 절실하다.

황상진 논설위원 apri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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