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스타? 악역으로 배우로서 인정받고 싶어요.”
배우 유아인(30)을 떠올리면 KBS 청소년 드라마 ‘반올림’(2003)이나 영화 ‘좋지 아니한가’(2007)나 ‘완득이’(2011) 등에서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 이미지가 강하다. 소년 같은 앳된 얼굴 때문이다. ‘청춘스타’로 사랑 받는 그가 이번에는 반기를 들었다. 다음달 5일 개봉하는 영화 ‘베테랑’에서 안하무인 재벌3세 조태오로 등장해 철저하게 악인으로 변신한다. 23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유아인은 “시류에 편승해 트렌디한 작품보다는 배우로서 저의 얼굴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최대한 찾았다”고 밝혔다.
유아인은 ‘베테랑’에서 그 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죄의식 없는 악랄한 인간상을 보여준다. 술과 마약에 빠져 생활하는 건 물론이고 사고를 치면 무조건 돈으로 해결하려는 물질주의 본성을 드러내는 역할이다. 한 노동자의 억울한 죽음을 두고도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살인교사도 서슴지 않는다. 특수 강력사건 담당 광역수사대의 서도철 역을 맡은 황정민과의 팽팽한 심리전이나 화끈한 액션 연기도 볼거리다.
“극중에서 아버지가 자식이 잘못해도 책임을 지우지 않으니 반성 없는 인간이 됐고 결국에는 괴물이 되죠. 술을 마시며 여자를 폭행하거나 화를 못 참고 동물을 때리는 장면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하지만 처음 시도해보는 악역이기에 더 치밀하고 세밀하게 연기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는 외적인 면에서도 세심함을 놓치지 않았다. 기업의 임원으로서 시종일관 말끔한 수트차림으로 등장하는 그는 직접 수트 전문가를 찾아가 옷을 제작했고, 헤어 관리를 받는 장면에선 네일케어까지 받는 아이디어를 보탰다. “부자들은 손 끝 하나도 다른 듯해요. 손톱을 깔끔하게 정돈하고 셔츠 소매자락도 1mm까지 재단해서 입는다고 하니까요. 중요하지 않을 것 같은 부분도 신경이 쓰이더군요.”
이렇듯 작품에 애정을 쏟는 모습은 영화 ‘완득이’나 ‘깡철이’를 촬영했을 때와는 또 달랐다. 말투나 표정에서 성숙미가 느껴진다고 하니, 그 역시 “서른 살이니 마음가짐이 달라진다”고 했다. “예전 제 애티튜드(행동)는 어슬렁어슬렁 다니며 어떻게든 튀고 싶은 20대였습니다. 인기 등에 신경 쓰며 어떻게 하면 사랑 받을까만 궁리했죠. 지금은 연기나 영화흥행에도 욕심이 생겨요. 배우로서 인정받고 싶죠. 철이 든 걸까요? 하하.”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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