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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제조사, 눈앞 이익보다 브랜드 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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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제조사, 눈앞 이익보다 브랜드 키워라"

입력
2015.07.2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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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에 좋은 장미수 활용한 화장품 개발해 미국·대만에 수출

대기업서 해외 마케팅 담당해 브랜드 중요성 뼈저리게 실감

이병훈 큐브앤코 대표가 선물상자 모양의 패키지를 들어 보이며 "올가을에 사하라 사막의 선인장 씨앗으로 만든 신제품을 내놓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병훈 큐브앤코 대표가 선물상자 모양의 패키지를 들어 보이며 "올가을에 사하라 사막의 선인장 씨앗으로 만든 신제품을 내놓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신생기업 큐브앤코가 만드는 화장품은 특별하다. 물 대신 장미 잎에서 추출한 액체인 장미수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세계 시장을 겨냥한 창업을 준비하면서 처음부터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염두에 둔 것이 바로 장미수 사용이었다.

화장품 업체들이 피부에 좋은 성분을 많이 함유한 화장품을 기획해도 생산단가 때문에 이물질을 제거한 깨끗한 물인 정제수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 이병훈 대표는 이런 점에서 벗어나 확실한 차별화를 위해 장미수를 고집했다. 그는 “피부에 좋은 장미수가 제품마다 평균 50%, 최고 90% 정도 함유돼 있다”며 “비싼 프랑스산 장미수를 많이 넣어서 연구원들도 놀랐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마치고 삼성전자에 10년간 근무하다 2010년 뒤늦게 창업 전선에 뛰어 들었다. 그는 “대기업에서 해외 마케팅과 상품 기획을 하며 브랜드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며 “직접 글로벌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화장품 사업을 결심한 이유는 해외 출장을 다닐 때마다 세계 곳곳에서 한류 분위기를 느꼈고 아시아 화장품 산업이 도쿄, 홍콩에서 서울로 옮겨 가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그는 처음부터 세계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2013년 중소기업청이 운영하는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입교해 창업을 준비했다. 중요한 브랜드명을 프랑스 고어로 젊은 여성이란 뜻의 ‘바슐렛(Bachelette)’으로 정하고 화장품 용기도 리본이 달린 선물상자 모양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시장 개척은 쉽지 않았다. 해외 바이어들은 ‘광고모델이 누구냐’는 질문을 많이 했는데 자금이 부족하다 보니 한류 스타나 연예인을 모델로 쓸 수 없었다.

이 대표는 고심 끝에 용기에 붙은 나비 모양 리본이 발레리나들의 토슈즈 매듭과 흡사한 점에 착안해 국립발레단에 모델을 부탁했다. 국립발레단은 처음에 거절했다가 화장품을 사용해 보니 품질이 좋아 모델을 수락했다.

이용자들 사이에 품질이 좋은 화장품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지난해 2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방문하는 해외 국빈용 선물로 선정됐다. 이후 이 대표는 해외마케팅에 주력해 지난해 9월 미국에 3만 달러 수출에 성공했다. 올해 2월에 대만에서 25만달러 수출도 체결했다.

이 대표는 여기 만족하지 않고 항상 최신 유행과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사무실을 최근 서울 공덕동에서 홍대 근처로 옮겼다. 그는 “국내 중소기업은 높은 기술력을 가져도 브랜드를 알리기 힘들다”며 “당장의 이익을 포기하더라도 브랜드를 키우는데 투자하겠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박민식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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