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펑크 악순환 막게 법인세 인상"
새정치, 추경안 부대의견 명시 요구
靑 "엑셀ㆍ브레이크 동시에 밟는 격"
與, 세수 확충엔 공감해도 靑 눈치
법인세 인상 문제가 추가경정예산안 국회의 막판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야당은 매년 반복되는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세입경정 추경안을 편성하고 있는 만큼, 이번 참에 법인세를 인상해서라도 세수 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당은 세수 확대 필요성엔 적극 공감하면서도 구체적 방안은 추후에 논의하자고 미루고 있다. 청와대가 ‘증세 없는 복지’ 기조를 꺾지 않는 상황에서 여당이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아 보인다.
‘세수 결손→추경’ 악순환… “법인세 늘려야”
새정치민주연합은 추경안을 조속히 처리하되 ‘법인세 인상을 통해 추가세수를 확충한다’는 부대 의견을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편성한 두 차례 추경 모두 ‘세수 결손’이 중요한 이유였던 만큼 근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11조8,000억원 규모의 이번 추경예산 중 5조6,000억원이 ‘세수 펑크’를 메우기 위한 세입경정 분이다. 2013년의 경우 17조3,000억원 규모의 추경을 하면서 12조원을 세입경정에 썼는데도 세수가 8조5,000억원이나 구멍 났다. 이 같은 추경 편성은 국가재정법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여서 야당이 명분을 쥐고 있는 셈이다.
새정치연합이 법인세 인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이유는 고질적인 세수부족의 원인이 이명박 정부의 ‘재벌ㆍ부자 감세’ 정책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세 수입에서 일반 국민이 부담하는 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늘어난 반면 법인세 비중은 감소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5월 내놓은 ‘최근 국세수입에 대한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이후 6년간 국세에서 소득세 수입은 46.4%(36조4,000억→53조3,000억원) 늘어난 반면, 법인세 수입은 8.9%(39조2,000억→42조7,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與, “추가세수 확충 필요하나 방법은 추후 논의”
새누리당은 추가세수 확충 필요성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실현 방안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하자”고 발을 빼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실효세율이 역전돼 있다”며 비과세ㆍ감면제를 정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게 그나마 구체적이다.
여당 내에서도 법인세를 포함해 ‘최소한의 증세는 불가피하다’는 데 동의하는 세력이 적지 않다. 폭발적으로 늘어날 복지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추가 세수 확충이 절실하다는 현실론이다. 당내 세제 전문가 그룹에서는 현행 세제를 지금의 경제 상황에 맞도록 근본적으로 개편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90년대 부가가치세법 제정 이후 큰 변화 없이 큰 틀을 유지해 온 탓에 세수 기반이 좁아졌다는 판단인데, 사실상 보편적 증세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내놓고 증세 문제를 거론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법인세율 인상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청와대의 의지가 워낙 확고하기 때문이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정치권이 추경과 법인세 인상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엑셀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는 격”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개혁 보수’를 기치로 ‘중부담ㆍ중복지’로의 전환을 주장한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국회법 개정안 문제로 청와대의 ‘철퇴’를 맞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새누리당이 청와대의 뜻과 다른 정치적 해법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법인세 과표 조정ㆍ자본소득 과세 강화 대안
전문가들도 박근혜 대통령이 ‘증세 없는 복지’ 기조를 고수하는 한 법인세 인상을 포함한 증세 논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지 않겠냐고 본다. 그렇다고 ‘세수 부족→세입 추경→재정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방치하기엔 경제 상황이 좋지 못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우리 경제의 주름살이 더 깊어지면 치명적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현실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국세청장을 지낸 이용섭 전 의원은 “명목세율을 올리지 않으면서 법인세 수입을 늘리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법인세 과세표준 구간 조정 등을 통해 실효세율을 먼저 올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이 투자를 않고 묶어둔 자금에서 나오는 자본소득에 과세를 강화하면 경제에 큰 충격 없이 추가 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nani@hankookilbo.com
전혼잎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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