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100조 원대로 급격히 불어난 가계부채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내년부터 금융기관의 대출심사를 강화하고 차주의 상환능력을 높이는 내용의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내놨다. 우선 담보 위주의 금융기관 대출심사를 소득에 기반을 둔 상환능력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전환키로 했다. 또 변동금리 대신 고정금리 대출을 늘리고, 원리금 상환 시점도 앞당겨 대출 구조의 질적 개선을 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차주 스스로 대출을 자제하고, 금융기관은 까다롭게 심사를 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금까지는 통상 3~5년의 거치기간을 두어 일시상환하는 대출 방식이 주종이었지만 앞으로는 거치기간을 1년 이내로 줄여 분할상환을 해야 한다. 만기에 원금을 일시에 갚는 방식의 거치식 대출이 가계부채 구조를 악화시키기 요인으로 지목돼온 때문이다. 금융권 대출 심사도 담보보다는 상환능력이 중심이 된다. 특히 대출시 다른 금융기관의 대출상품 원리금 상환 실태도 함께 고려하도록 해 개인 대출총량을 제한하는 효과를 갖도록 했다. 차주의 상환능력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약탈적 대출’을 막겠다는 취지다.
정부가 이 같은 대책을 마련한 것은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너무 가파르기 때문이다.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소득 증가속도를 추월했고, 가계부채 비중이 국내총생산(GDP)대비 87%까지 올라갔다. 이미 한국은행은 112만 가구의 부채가 부실해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특히 지난해 8월 부동산 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완화하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4차례 인하하면서 가계부채가 매달 7조~8조 원씩 증가하고 있다. 전ㆍ월세 가격 급등으로 개인들이 빚을 내 집을 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경우 종국적으로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이번 대책에는 부동산 시장에 타격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나름대로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시도한 고민이 담겨있다. 지금 시점에서 이나마도 불가피한 노력임은 분명하지만 대출 통로를 좁히는 정도지,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는 방안은 아니다. 이번 방안이 애초부터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고, 실효성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얘기다. 대증요법은 이 정도로 하되, 금리인상과 LTV. DTI 규제강화 등 좀더 근본적인 처방을 준비해야 한다. 마침 미국의 금리인상도 코앞으로 다가온 터여서 자칫 가계부채의 뇌관을 건드리는 위급한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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