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곳서 236건 노동법 위반 적발
출산휴가와 이직 등으로 업무 공백이 생긴 A패션업체는 신규 채용 대신 인턴모집 공고를 냈다. 이렇게 선발된 인턴들은 정규직과 같은 일을 했지만 회사는 3개월의 인턴기간 동안 이들에게 월 50만원만 줬다. 대기업 계열 B호텔도 여름철 성수기에 필요한 인력을 정규 직원 대신 인턴으로 메웠다. 일손이 모자랄 때는 전체 근로자의 70%까지 인턴으로 채웠지만 인턴이 받은 월급은 30만원에 그쳤다.
필요 인력을 인턴ㆍ실습생으로 채용해 정규직원처럼 일을 시키고도 최저임금조차 지급하지 않은 업체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취업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스펙 쌓기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청년들의 현실을 악용한 기업의 비용절감이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22일 고용노동부가 올해 상반기 인턴 다수를 고용한 사업장 151곳의 노동법 위반 여부를 감독한 결과 103곳에서 236건의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대상업체는 호텔 44곳, 패션업체 23곳, 미용실 19곳, 제과ㆍ제빵업체 8곳 등이었는데, 최저임금(올해 5,580원) 미만의 급여를 준 업체가 45곳, 연장근로수당ㆍ주휴수당(주 40시간 이상 일하면 주는 하루치 수당)을 주지 않은 업체도 50곳에 달했다. 한 달 이상 일하면 쓸 수 있는 연차휴가 미사용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기업이 32곳, 인턴 등을 기간제 근로자로 채용하면서 서면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업체가 19곳이었다.
고용부는 이런 부당 노동의 피해를 입은 인턴들이 2,258명, 임금 미지급으로 업체들이 챙긴 돈이 16억3,500만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고용부는 올해 하반기 ‘인턴 활용 가과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인턴 고용과 관련한 지침이 없었지만 이번 가이드라인에는 인턴의 개념, 법적 지위, 인턴과 근로자 구별 기준 등이 담기게 된다. 정지원 고용부 근로기준정책관은 “청년들이 적성에 맞는 일자리를 탐색하고 관련 경험을 쌓는 게 인턴제의 목적”이라며 “일반 근로자를 대체하거나 비용절감 방편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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