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금리ㆍ분할상환 위주로 바꿔
주택대출 채무상환능력 심사 강화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시장을 고정금리ㆍ분할상환 위주로 바꾸고 채무상환능력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는 내용의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았다. 처음부터 나누어 갚아 나가는 방식으로 대출 구조를 바꿔 감당 가능한 수준에서만 대출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대출을 받기가 지금보다는 한층 까다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풀어줬던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한도를 다시 조이는 지름길을 외면하고 우회로만 고집하면서,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하려는 의지가 정말 있는 것인지 회의적인 목소리도 적지 않다.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등 관계부처와 기관들은 22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거쳐 이 같은 내용의 가계부채 종합관리 방안을 발표했다.
대책의 핵심은 대출 초기 이자만 내는 장기거치식 및 변동금리 대출 위주인 주택담보대출 시장의 구조를 분할상환과 고정금리가 주종이 되도록 바꾸겠다는 것이다. 거치기간은 통상 3~5년에서 1년 이내로 유도하고, 변동금리 대출의 경우 향후 금리 인상 리스크를 감안해 대출 한도를 축소하기로 했다.
주택담보대출 심사는 담보 위주에서 소득 위주로 전환한다. 은행이 돈을 빌리는 사람의 실제 소득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신용카드 사용액 등 간접 자료보다는 원천징수영수증 등 직접 소득 자료를 활용하도록 했다. 상환부담이 높은 대출에는 분할 상환을 유도하고, 변동금리 상품에는 금리 상승 위험을 고려해 대출한도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상호금융권 등 제2금융권의 대출도 지금보다 엄격하게 관리된다. 현재 제2금융권에서는 부동산 담보가액의 60~80% 범위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앞으로 금융사 재량 가산비율이 줄고 담보인정 최저한도가 낮아지면서 담보 인정비율은 50~70%까지 축소된다.
이번 대책은 정부가 분할상환 쪽으로 대출정책의 중심을 완전히 틀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가계대출 증가 속도에 브레이크를 거는 데 어느 정도의 효과는 거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LTVㆍDTI를 손대지 않았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해법이 되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실장은 “이번 대책이 처음부터 무리하게 많은 빚을 내는 것을 줄이고 가계부채 질을 개선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면서도 “부채 총량을 억제하려면 LTV, DTI 규제를 강화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도 “부동산 부양이라는 부채 원인은 그대로 있기 때문에 이번 대책을 통해 부채 증가 속도를 줄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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