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한테 미안하다고 하지 않습니까!”
tvN ‘미생’보다 더 센 드라마가 출격했다. ‘미생’이 짓눌린 을을 대변하는데 그쳤다면 KBS2 수목극 ‘어셈블리’와 JTBC ‘송곳’(10월 방송 예정)은 직설화법으로 을의 고통과 부조리를 고발한다.
20여년 간 용접공으로 일하다 부당하게 해고된 진상필(정재영)이 국회의원이 된다는 설정의 ‘어셈블리’는 1회(15일 방송)부터 노동자들의 억울한 사연에 초점을 맞췄다. 노동자들은 해고 후 회사에 항의했다가 1억원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린다. 1심 패소, 2심 승소 후 3심에서 패소할 위기에 처한다. 이 때 진필상이 판사에게 쏟아놓는 대사가 압권이다.
“왜 우리한테 미안하다고 하지 않습니까. 우는 애 달래는 척하다가 뺨 때렸잖아요” “호떡 구울 때 한 번만 뒤집지 두 번은 안 뒤집거든요? 호떡도 그런데 대한민국 법이 호떡만도 못합니까?” 등의 대사는 이리저리 치이면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약자의 심정을 담았다.
최규석 작가의 동명 웹툰(2002)을 드라마로 옮기는 ‘송곳’은 2002년 한 대형마트에서 벌어진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의 투쟁을 소재로 삼았다. 일명 ‘노조 웹툰’으로 불린 이 작품은 노동 현실에 대한 사실적 묘사가 눈길을 잡아챈다. “당신들은 안 그럴 거라고 장담하지마. 서는 데가 바뀌면 풍경도 달라지는 거야” “선한 약자를 약한 강자로부터 지키는 것이 아니라 시시한 약자를 위해 시시한 강자와 싸우는 거란 말이오”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 내가 이 동네 유명한 똥이야” 등 ‘송곳’의 명대사는 온라인에서 널리 회자됐다.
한 방송관계자는 “‘미생’이나 ‘송곳’ 같은 드라마를 종편이나 케이블 방송 말고 지상파에서 속 시원히 드러내 준다면 얼마나 좋겠는가”라고 말했다. 정석희 대중문화평론가도 “이제 대중은 드라마 ‘추적자’나 ‘펀치’처럼 거대 권력을 악으로 제시하는 뻔한 드라마보다는 강자와 약자 간 갈등에서 실질적인 해결점을 제시하는 드라마에 손을 들어 줄 것”이라고 언급했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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