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아버지와 필리핀 어머니 둔 변진성ㆍ지원 남매, 3년前 한국에 와
국내 레슬링 대회서 우승하며 주목
"올림픽에 함께 나가 금메달 따야죠"
“누나와 함께 올림픽에 나가 금메달을 따고 싶어요.”
서울체육중학교 3학년에 재학중인 변진성(16)군은 올해 열린 제44회 전국소년체육대회 레슬링 자유형 39㎏급에서 금메달과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한 체육 영재다. 일본 유도의 변형 무술인 주짓수를 전공한 아버지의 권유로 유도를 배우려다 맞는 체급이 없어 시작한 레슬링에서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 서울체고에 다니는 누나 지원(19)양도 회장기 전국레슬링대회에서 2년 연속 금메달을 수상하는 등 남매가 한국 레슬링의 차세대 유망주로 주목 받고 있다.
사실 이들 남매는 2012년 5월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한국인 아버지와 필리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필리핀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까지 졸업했다. 학기 중 입국해 당장 신입생으로 입학할 수는 없었지만 체육영재학교인 서울체중에서 남매의 재능을 알아보고 방과 후 레슬링 수업을 참관할 수 있게 해줬다. 이듬해 남매는 뛰어난 성적으로 각각 서울체중과 서울체고에 입학했고, 각종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들 남매처럼 학교 운동부 소속으로 미래 한국 스포츠계를 이끌 다문화 학생 선수들을 지원할 방침이다. 서울지역 다문화 학생선수 47명은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여름방학특별훈련비를, 서울상록과학학술재단으로부터 장학금을 각각 지원받을 예정이다.
대한체육회에 선수로 등록돼 활동중인 학생 선수 43명을 포함해 각 교육지원청에서 발굴한 14개 종목 학생 선수 47명에게 총 3,700만원 가량의 장학금이 지원된다. 이들 중 변지원ㆍ진성 남매처럼 부모 중 한쪽이 한국인인 경우는 36명이고, 부모 모두 외국인인 선수는 11명이다.
필리핀에서 자란 변진성군은 입학 초기만 해도 언어 장벽으로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친구들과 서로 한국어와 영어를 가르치고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학교 생활에 적응할 수 있었다. 변군은 올림픽 금메달뿐만 아니라 어릴 때 배운 영어 실력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 활약할 미래를 그리고 있다.
변군을 지도하고 있는 방상안 서울체중 교사는 “서울체중에도 다문화 학생 5명, 새터민 학생 3명이 재학 중일 정도로 운동을 하기 위해 한국에 오는 다문화 학생들이 꽤 많다”며 “재능 있는 다문화 학생들에게 꾸준한 국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진하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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