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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노동자, 시장ㆍ국가 종속성 갈수록 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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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노동자, 시장ㆍ국가 종속성 갈수록 더해

입력
2015.07.22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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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수주 프로젝트에 소속돼 기계적으로 年 2편 이상 논문 제출"

신간 '지식의 공공성…'서 비판

‘지식의 공공성 딜레마’의 저자인 김영수 경상대 연구교수는 "국내 학계는 연구 노동의 권리에 대한 학문적 성찰 없이 오랜 세월을 정부 주도 학술정책에 이끌려 왔다"고 안타까워했다.
‘지식의 공공성 딜레마’의 저자인 김영수 경상대 연구교수는 "국내 학계는 연구 노동의 권리에 대한 학문적 성찰 없이 오랜 세월을 정부 주도 학술정책에 이끌려 왔다"고 안타까워했다.

“인문·사회 연구자들이 혁신적 연구를 하기보다는 생계나 실적에 매달리기 바쁜 게 연구현장의 실정입니다.”

최근 발간된 신간 ‘지식의 공공성 딜레마’는 계량적인 연구실적 관리로 학자들을 줄 세우는 정부의 학술정책을 비판한 책이다. 김영수 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 연구교수, 배성인 학술단체협의회 운영위원장, 김성태 숭실대 법학연구소 연구교수가 공동 집필한 책은 한국의 학자들, 즉 연구노동자들의 시장 및 국가 종속성이 갈수록 강화하고 있다고 꼬집는다.

21일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영수 교수는 “제대로 된 인문사회과학 논문을 쓰기 위해서는 수 년을 몰두해도 모자라는데, 적잖은 교수들이 국가 프로젝트 계약에 따라 기계적으로 연간 2편 이상 논문을 쓰며 논문의 양만 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연구재단이나 등재 학회지에 논문 연간 2편 이상을 제출하도록 하는 것은 통상 정부나 대학으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는 경우 요구되는 기준이다.

그는 “특히 정부의 방관 속에 층층시하로 늘어선 대학 내 비정규직 교수들이 시간강사, 강의전담교수, 특임교수, 초빙교수, 연구교수라는 이름으로 정규직 교수들의 강의를 대신하고 있다”며 “이들이 의미 있는 연구를 하고, 그 성과를 토대로 교수직을 얻는다는 것은 꿈꾸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김 교수는 이 같은 상황을 ‘정규직 교수의 소수특권화’로 규정했다. 전문성은 연구에 몰두하는 교수들이 쌓는 가운데, 비정규직 교수들은 그 아래로 줄을 서면서 많은 수업을 떠맡는 악순환 구조가 반복된다는 것. 그나마 비정규직 교수들이 연구에 참여하는 경우에도 자신만의 연구를 하기보다는, 정규직 교수가 정부에서 수주한 대형 프로젝트에 소속돼 노동력을 소모당하는데 그친다고 지적했다. 또 이런 정부 주도의 대형프로젝트는 기초학문보다는 실용학문 위주여서 학계가 전반적으로 시장화한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학계에서 학자들 스스로를 ‘연구 노동의 주체’로 생각하고 학문 환경을 개선하고자 하는 기류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는 “결국 대학 시장화에 따라 (정규직과 비정규직 연구자들이 불평등하게 연구 노동을 분담하는) 학문적 폐단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학생들의 학습권이 경시된다”며 “아직도 교수사회에서는 제대로 된 노동여건에 대한 고민보다는, 나중에 명예로 보상받으면 된다는 인식이 보편적”이라고 했다.

그는 또 “정부 주도로 추진되고 있는 학술논문 무상공개(OAㆍOpen Access) 정책에도 재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연구비로 공적 자금이 투입된 연구의 논문을 제한 없이 전면 공개하는 것이 추진되고 있는데 “당연히 무료로 보는 게 좋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지식재화에 들어있는 노동의 성격과 가치를 인정하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저자가 원하는 경우 논문 독자가 일정 비용을 지불하게 하고 이 비용을 학문관리 정책이나 기초학문 분야에 재투자 하는 등 다양한 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글ㆍ사진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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