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집에서 북소리가 들린다. 아주 크지는 않다. 울림의 진폭이나 데시벨로 봐서 누가 진짜 북을 쳐대는 거라곤 믿기 어렵다. 소리는 대체로 은은하고 둔중하고 부드럽다. 어떤 주기가 있는 건 아닌데, 그렇기에 종종 그 소리를 난데없이 기다리게 될 때도 있다. 듣고 있으면 두서없이 붕붕 떠있던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곤 한다. 스스로 정립하지 못한 몸의 리듬에 체계를 잡아주는 셈이다. 원고를 쓰든, 독서를 하든, 하릴없이 빈둥거리든 북소리를 세며 가다듬는 마음엔 안정감이 있다. 그러다가 소리가 사라지면 그 잔향을 속으로 새기며 하나 둘 박자를 다진다. 실제로 소릴 듣고 있을 때보다 리듬이 탄탄하지 않다.
어디서 들려오는 걸까. 소리를 듣고 현관을 나와 빌라 전체를 살펴본 적이 있다. 방안에서보다 외려 작게 들리고, 쪼개지는 박자의 단위도 분명하지 않다. 신기한 일이다. 어디서 공사를 하며 내는 소리라면 이렇게 부드럽진 않을 것이다. 다시 집으로 들어온다. 소리가 미미하게 환청으로 넘어가며 서서히 잦아든다. 귀신에 홀린 기분이다. 문득, 건물 밑에 아무도 알지 못하는 또 다른 세계가 있어 거기서 연주회라도 열리는 건 아닐까 상상해본다. 아니면, 몸 안에서 잠자는 음악이 나도 모르게 튀어나와 주변을 환기하는 걸지도 모르고. 기이한 일이지만, 기분 나쁘지는 않다. 신비가 죽지 않은 세상이라 믿어본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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