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 교황 메시지 당이념과 달라
가톨릭 신자인 베이너 하원의장 "교황과 관련된 논쟁엔 안 나설 것"
프란치스코 교황의 올 9월 방미를 앞두고 미국 공화당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사상 최초의 상ㆍ하원 합동연설 등 굵직굵직한 일정이 예정되어 있어, 방미 중 교황이 내놓을 메시지가 미 전역에서 주목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교황의 평소 발언을 보면 공화당의 핵심 정책ㆍ이념과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21일 ‘교황 방미로 고민하는 공화당’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정치 입문 20년 만에 교황의 미국방문이란 소원을 달성했는데도 오히려 안절부절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이너 의장은 유권자 대부분이 가톨릭 신자인 오하이오주 리딩이 고향이고, 그 역시 가톨릭 신자다. 또 1990년 하원의원에 당선된 이래 교황의 방미 및 의회 초청을 평생의 사명으로 여겨왔다.
하지만 막상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미와 의회 연설을 수락하자,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전임자보다 훨씬 진보성향인 교황이 소신대로 미국 체류 중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빈자에 대한 배려 ▦지구온난화에 대한 대응 ▦이란 핵 협상 지지 등을 강조할 경우 소속 공화당의 입지가 축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사사건건 맞서는 베이너 의장이지만 교황 앞에서는 일단 모든 걸 처분에 맡긴다는 자세다. 그는 “교황께서 사람들이 흥미롭게 여길 말씀을 하시겠지만, 나는 교황님과 관계된 논쟁에는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낮은 자세를 취했다.
다른 공화당 지도부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특히 교황이 방문하는 9월 중 민주당과 예산삭감을 둘러싸고 볼썽 사나운 정쟁을 벌이게 될 가능성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공화당은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서는 복지예산 감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가난한 사람들을 더 보살펴야 한다’는 교황의 지론과는 완전히 상반된다. 수잔 콜린스(공화ㆍ메인) 상원의원은 “교황이 연설하는 장소 옆에서 예산을 둘러싼 다툼 때문에 연방정부 폐쇄라도 결정되면 정말 끔찍한 일”이라며 “임시 세출법안이라도 만들어 방미 중에는 문제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일부에서는 가톨릭 교리가 낙태금지 등에서는 민주당 입장과 차이를 보이는 만큼 교황 방미가 공화당에게만 일방적으로 불리한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나온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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