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분열…지지자·종교적 지위·전략 전술
태생적 차이가 패권 다툼으로 번져, 곳곳서 무력 충돌·조직 재편 가속화
힘받는 IS 우세론… 미국의 숨은 전략은 알카에다와 손잡고 IS 궤멸 시도
최근 이슬람 테러세력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흥미로운 변화는 이슬람국가(IS)의 부상이다. IS의 부상은 전통적으로 알카에다가 누려오던 이슬람 테러세력 내에서의 헤게모니와 리더십, 그리고 역학관계에 어떤 변화가 올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암시한다.
테러 네트워크의 허브, 알카에다
살라피(초기 이슬람 정신으로 돌아가자는 수니파 복고주의) 테러세력은 하나의 거대한 테러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이 네트워크는 ▦알카에다 본진 ▦알카에다 본진에 직접적으로 충성을 맹세하고 그 리더십에 소속된 직계 지역조직 ▦알카에다와 연대관계를 형성하지만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하고 있는 지역조직 ▦주로 미국과 유럽 등 서방에서 활동하는 살라피 극단주의를 추종하는 자생적 테러행위자들로 구성된다.
알카에다 본진은 테러 네트워크의 허브로 전체 살라피 극단주의의 방향성과 전략적 지도를 담당하며 자금, 무기, 훈련, 정보, 권위적 정당성 등을 지원하는 역할을 해오고 있다. 알카에다 직계 지역조직은 공식적으로 ▦예멘의 알카에다 아라비아 반도(AQAP) ▦북아프리카의 이슬람 마그레브 알카에다(AQIM) ▦시리아의 알 누스라 전선 ▦소말리아의 알 샤바브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각 지역에서 실제 테러 공격을 수행하며 바얏(bayat)이라고 불리는 지역조직의 리더와 알카에다의 최고지도자인 아이만 알 자와히리 간에 맺어지는 종교적 성격의 충성 맹세 서약에 의해 ‘직계 연대관계’가 형성된다.
이슬람 극단주의를 공유하지만 독자적인 기원과 전통, 세력을 갖고 있는 조직들은 알카에다와 상대적으로 ‘자율적 연대관계’를 형성한다. 이런 조직들은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우즈베키스탄의 우즈베키스탄 이슬람운동(IMU) ▦나이지리아의 보코하람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등이다. 이들 조직들 역시도 테러세력 본진으로부터 물질적 지원과 정보력, 브랜드 가치를 지원 받는다.
마지막으로 ‘외로운 늑대’로 불리는 자생적 테러리스트들은 대체로 자발성에 기초해 활동한다. 이들은 미국과 유럽 등 비(非)이슬람 서방지역에서 알카에다와 같은 테러세력에 대한 추종과 동조, 존경에 바탕을 두고 자생적으로 생겨난다.
알카에다와 IS의 패권 다툼
최근 IS의 급속한 부상은 기존 테러 네트워크의 지각을 흔들고 있다. IS는 기존 테러 네트워크의 허브인 알카에다 본진에 맞서 스스로 글로벌 테러 네트워크의 허브가 되려고 시도한다. IS는 1999년 알 타위드라는 독자적 지역조직으로 출발해 2004년 알카에다 이라크라는 알카에다 직계 지역조직으로 변모했으며 2014년 2월에는 알카에다와 결별하고 IS라는 독자적 테러세력이 되었다.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는 지난해 6월 이슬람 칼리프 국가를 선언하면서 공식적으로 알카에다의 주도권과 정통성에 도전하게 된다.
IS와 알카에다 간의 패권 다툼은 본질적인 차이에 기반한다. 이들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내에서도 세대와 종교적 지위에서 차이가 크다. IS 추종 세력은 주로 18~35세로 젊다. 이들은 9ㆍ11테러와 빈 라덴에 대한 기억이 희미하다. 반면 9ㆍ11테러와 빈 라덴에 대한 기억이 여전히 강렬한 40대 이후의 기성세대들은 알카에다를 지지한다.
종교적 지위에 있어서도 IS 지지자들은 상대적으로 이슬람 종교와 율법에 무지한 계층이, 알카에다에는 율법학자와 같은 종교적 엘리트 계층들이 속해 있다. 전략적ㆍ전술적 노선에서도 분명한 차이를 보여준다. 알카에다는 미국이라는 멀리 있는 적에 대한 공격에 집중하면서 여러 이슬람 세력 간의 연대를 추구하고, 참수 등의 잔인한 처벌 방식을 멀리하며, 시아파에 대한 공격 자제 등을 통해 범이슬람적 지지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IS는 지역 내 이슬람 칼리프 국가 건설이 우선이며 때문에 이들에게 이교도와 다름 없는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처럼 가까이 있는 적을 먼저 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초기 이슬람 정신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모든 배신자나 위선자들을 처단해야 된다고 강조하며 참수 등 극형을 통한 공포정치를 옹호한다. 또 수니 시아 간의 종파갈등을 증폭시켜 수니파 내에서 세력을 확장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IS와 알카에다 간 패권 다툼은 기존 테러 네트워크의 균열과 갈등, 판도의 지각변동을 야기하고 있다. 보코하람, 파키스탄 탈레반, 안사르 베이트 알 마크디스 등은 떠오르는 강자인 IS에 충성맹세를 했다. 반면 AQAP, AQIM, 코카서스 에미레이트, 알 샤바브 등은 여전히 알카에다 본진 편에 서 있다. 자생적 테러리스트들도 알카에다 본진과 IS에 영향을 받은 부류가 각각 나눠진다.
궁극적으로 누가 최종 승리자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IS가 이슬람 테러세력의 역사에서 처음으로 알카에다의 막강한 권위에 맞서 도전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알카에다에 버금가는 지도력과 권위, 추종세력과 능력을 갖춘 이슬람 테러세력도 IS가 처음이다. 7월 리비아 데르나에서 있었던 자살폭탄 테러와 예멘에서의 AQAP와 IS 간의 충돌, 팔레스타인에서 하마스와 IS 추종세력 간의 갈등,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탈레반과 IS 간의 무력 충돌 등은 IS와 알카에다 간에 본격적인 패권 다툼이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심지어 같은 조직 내에서도 연령대와 종교적 지위에 따라 노선 갈등이 발생하면서, 기존 조직이 분열되고 파생조직의 등장하는 등의 조직 재편성이 진행되고 있다. 대체로 IS의 세력이 빠르게 확대되어 가는 형국이지만 알카에다의 주도권도 아직까지 공고히 유지되고 있다.
미국, 이란이 패권 다툼의 변수
최근 2, 3년 간 이슬람 테러 네트워크에서 IS와 그 추종세력이 가장 활발하고 왕성한 테러와 전쟁을 수행해 오면서, 둘의 패권 다툼에서 IS가 상대적으로 우세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돼 왔다.
반면 알카에다 지휘부는 2006년 대서양 횡단 항공기 폭파기도 사건 이후로는 거의 실질적인 테러를 벌이고 있지 않다. 따라서 테러 성과가 테러 네트워크 내에서의 리더십, 카리스마와 정통성을 강화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알카에다 본진의 지도력과 영향력이 IS로 이동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더욱이 9ㆍ11테러가 10년이 지나면서 이슬람 테러세력 지지층과 대원들의 세대 교체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세력 재편은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젊은 인구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고 특히 10대에서 30대 초반의 젊은 세대가 테러세력 지지와 참여의 핵심 그룹임을 감안하면 이러한 주장은 더욱 설득력을 가진다. 빈 라덴의 사망과 IS의 최근 공세에도 알 자와히리가 계속 침묵을 지키고 있다는 점 역시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미국과 이란 관계의 변화라는 변수가 있다. 미국과 이란의 향후 움직임은 IS와 알카에다 간의 패권 다툼 향방에 주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미국은 알카에다와 IS 세력 간의 균열을 활용해 이슬람 테러 네트워크 자체를 약화시키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알카에다와 IS 간의 싸움을 유도하면 전체 테러 네트워크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시리아 등지에서 알카에다, 기타 무장세력 등과 연대해 IS를 궤멸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이란이 지원하는 헤즈볼라와 후티 반군과 같은 시아 세력을 활용해 시리아와 이라크, 예멘 등지에서 반(反)IS 전선을 형성하는 시나리오도 있다. 최근 미국과 이란간의 핵 협상 타결은 미국-이란의 반IS 연대를 촉진시킬 가능성을 높여준다. 미국과 이란이 손을 잡고 IS 격퇴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미국의 공습, 정보력, 무기 및 훈련 지원이라는 자원과 이란의 역내 무장세력 지상 작전이 효과적으로 결합할 것이다. 한 첩보에 따르면 이라크 안바르 지역에서 미국과 이란이 군사기지를 공동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반IS 연대는 패권 다툼에서 IS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하지만 IS와 알카에다 간의 세력 다툼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되건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는 한 세대 이상 지속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만약 IS와 알카에다가 모두 쇠퇴한다면 또 다른 제3의 세력이 이 테러 네트워크의 허브로 등장할지도 모른다. 단기간에 해결되기에는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의 뿌리는 매우 깊고 저변은 매우 넓다.
윤민우 가천대 경찰안보학과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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