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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개기계와 인간의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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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개기계와 인간의 대결

입력
2015.07.22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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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시장에서 활동하는 개인투자자의 상당수는 '초단기투자자'다. 하루 중에 모든 매매를 마치는 데이트레이더, 하루에 수십 번, 수백 번을 매매하는 스캘퍼가 초단기투자자들의 별칭이다. 하지만 초단기매매를 하는 개미들 중에 꾸준히 수익을 내는 고수들은 많지 않다. 이는 실력이 부족하기도 하거니와, 기관투자자에 비해서 여러모로 불리한 여건 때문이다.

증권사에 소속되어 고객의 돈이 아닌 회사의 돈으로 트레이딩을 하는 이들을 '프랍트레이더'(proprietary trader)라고 하는데, 이들은 같이 단타를 쳐도 개미들보다 항상 몇 발짝 앞서가게 되어 있다. 개미들이 집에 있는 PC로 주문을 넣으면 인터넷전용선을 타고 증권사로 들어간 뒤 다시 거래소로 들어간다. 하지만 프랍트레이더들은 거래소에 직접 연결된 DMA(Direct Market Access)로 거래하기 때문에 주문속도가 월등하다. 단타 개미의 PC주문과 프랍트레이더의 DMA주문은 자전거와 제트기가 경주를 하는 셈이다. 이러니 개미가 단타로 돈을 벌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프랍트레이더들은 실전매매에서 최고수로 인정받은 선수들인데다 월등한 하드웨어를 갖추었으니 개미들 등쳐먹기는 식은 죽 먹기일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날고 기는 프랍트레이더들도 수익을 내지 못해 대량으로 해고되는 사태가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프랍트레이더들이 갑자기 수익을 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관투자자를 능가하는 슈퍼개미들이 출현해서일까? 아니다. 단타매매로 시장에서 수익을 내는 개미들은 오히려 점차 줄어들고 있다. 개미와 프랍트레이더들을 시장에서 밀어내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슈퍼컴퓨터다.

슈퍼컴퓨터는 사전에 프로그래밍된 '알고리즘매매'를 하는데, 단순히 기술적 신호를 이용해 기계적 매매를 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 매매기계들은 인간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하는 약탈적 거래를 한다. 허수주문으로 호가를 조작하는 스푸핑(spoofing)기법이 대표적인 사례로 알려져 있다.

프랍트레이더들이 슈퍼컴퓨터를 당할 수 없는 이유는 개미가 프랍트레이더를 당할 수 없는 이유와 같다. 구조적으로 도저히 이길 수 없는 게임인 것이다. 인간이 눈으로 컴퓨터 모니터를 보고 뇌에서 판단을 내려 마우스를 클릭하기까지는 1초라는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그동안 슈퍼컴퓨터는 수천 번에서 수만 번까지도 주문을 넣을 수 있다. 트레이더가 미래에도 존재하는 직업일까? 어쩌면 전화교환수나 버스차장처럼 없어질 지도 모르겠다.

주식부처는 십 수 년간 기술적 분석을 연구하고 있는 선물 트레이더다. 자본시장에서 1조를 버는 것이 그의 인생목표다. 2012년 자신의 투자철학을 담은 '주식부처의 투자설법'을 출간한 바 있다. stockbuddha@daum.net

채준 기자 dooria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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