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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ㆍ원전보다 친환경적… 다시 뜨는 LNG 공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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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ㆍ원전보다 친환경적… 다시 뜨는 LNG 공략하라

입력
2015.07.2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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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 원가는 2~3배 높지만 화석 연료 중 온실가스 배출 가장 적어

신재생에너지 시대 여는 가교 역할... "동북아 LNG 거래 허브" 시너지 효과

미국 2차 셰일혁명 따른 LNG 프로젝트 활발, 조선 등 동반성장 기대

한국가스공사 인천기지에 액화천연가스(LNG) 저장탱크가 줄지어 서 있다. LNG는 원자력발전 등에 비해 발전단가는 비싸지만 가장 친환경적인 화석 연료로 꼽힌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가스공사 인천기지에 액화천연가스(LNG) 저장탱크가 줄지어 서 있다. LNG는 원자력발전 등에 비해 발전단가는 비싸지만 가장 친환경적인 화석 연료로 꼽힌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국가 전력공급 계획에서 에너지원의 구성비율을 따지는 ‘에너지 믹스’를 논의할 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은 석탄발전을 점점 줄이고 원전을 지양하자는 것이다. 석탄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기 때문에 환경을 오염시키고, 원전은 방사능 등 안전문제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신재생에너지는 온실가스와 안전이라는 두 가지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그래서 신재생에너지가 궁극적인 미래의 에너지원이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발전효율이 떨어지고 기술개발 속도가 느려 단기간에 발전량을 늘리기는 힘들다. 그렇다 보니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이 석탄발전과 원전에서 신재생에너지로 넘어가는 징검다리 에너지원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가장 친환경적인 화석에너지, LNG

전력공급 순위를 결정하는 결정적 기준은 에너지원의 발전단가다. 아무리 친환경적이어도 돈이 많이 들면 뒤로 밀린다. 전기료 인상 우려 때문이다.

LNG의 가장 큰 단점은 원전이나 석탄발전에 비해 발전원가가 2~3배 높다는 점이다. 지난해 한국전력의 전력구입 단가는 ㎾h당 원자력 55원, 유연탄 66원이지만 LNG는 156원이다.

LNG발전의 원가부담이 크다 보니 원자력과 석탄을 먼저 가동하고 전력이 부족할 때 LNG를 활용한다. 발전설비 규모는 석탄과 비슷하지만 실제 발전량이 석탄보다 크게 못 미치는 이유도 단가가 비싸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연료비가 비싼 LNG 발전소는 석탄과 원전처럼 24시간 가동하는 기저발전이 아닌 예비적 성격이 강해 가동률이 오르락내리락 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전력대란이 일어난 2012년 LNG 발전소의 가동률은 60%대까지 올랐지만 전력수요가 둔화된 지난해 40%대까지 떨어졌다.

그런데도 에너지 전문가들이 LNG를 계속 주목하는 이유는 친환경적이기 때문이다. LNG는 현존하는 화석연료 중 유해물질 배출이 가장 적다. 무연탄이나 유연탄 등 석탄화력 발전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LNG발전보다 2배 이상 많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37% 감축해야 하는 우리 입장에선 LNG발전의 확대를 검토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LNG발전소는 설비용량이 충분한데도 여전히 활용 비중이 낮다. 따라서 발전설비를 놀리는 일을 막으려면 발전단가 기준으로 에너지원을 결정하는 경직된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단가 이외에 온실가스 배출량, 송전선 구축비, 원전사고 위험비용, 사용후핵연료 처리비용 등을 감안하면 LNG발전이 석탄이나 원전에 비해 가격차가 별로 없다는 분석도 있다. 한화진 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열린 전력산업 정책포럼에서 “전력산업은 온실가스 배출비중이 큰 업종이어서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가교역할로 친환경 천연가스발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영탁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도 “국내 전력 정책은 저탄소와 안전위주로 나아가는 국제추세에 역행하고 있다”며 “발전원가를 낮추는 데만 치중해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을 확대하면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제2차 셰일혁명을 이용해야

LNG발전은 최근 미국의 제2차 셰일혁명 분위기를 타고 가치가 올라갔다. 중동 산유국의 증산으로 경쟁력을 상실하며 위기를 맞았던 미국의 셰일산업은 기술혁신을 통해 생산단가를 크게 낮췄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이 출판하는 기술잡지인 ‘MIT 테크놀로지리뷰’는 최근 보도에서 미국 셰일산업이 생산비 절감과 증산을 통해 제2의 전성기를 노릴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셰일 덕분에 미국은 100년 이상 사용 가능한 천연가스를 보유하게 됐고 2025년에는 에너지 수출국이 될 전망이다.

셰일은 많은 양의 물과 모래, 각종 화학물질을 혼합한 용액을 지하 깊이 묻힌 퇴적암층에 강하게 주입해 가스를 뽑아내는 방식으로 생산된다. 셰일 생산을 위해 수직으로 땅을 파고 들어간 뒤 수평굴착을 하기 때문에 고난도 기술이 요구된다.

그러나 셰일업체들의 채굴기술이 크게 개선돼 현재는 동시 굴착도 가능해졌다. 드릴이나 원격조종 기술도 발전하고 있어 생산성도 향상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채굴과정에서 발생한 특이상황들이 모두 데이터로 저장되면서 시행착오도 크게 줄였다.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5년 전보다 굴착시간이 50% 단축됐고 굴착거리는 두 배 이상 길어졌다. 국내 민간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수지가 안 맞아 굴착이 중단된 북미의 셰일 시설들이 다시 가동되면 원유와 가스공급이 크게 늘어나 가격을 더욱 끌어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이낸셜타임즈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4월 사상 최초로 전력발전에 석탄보다 가스를 더 많이 사용했다. 시장조사업체 SNL에너지는 미국 역사상 가스발전량이 석탄을 앞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분석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LNG 수출을 위한 터미널 건설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고, 넘쳐나는 셰일가스를 수출하기 위한 LNG 수출 프로젝트가 정부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난 자리에서 “2030년을 전후해 온실가스 배출을 더 이상 늘리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도 셰일가스를 염두에 둔 자신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동북아 LNG트레이딩 허브로

SK그룹 계열사인 SK E&S는 최근 1조원 규모의 LNG 수송선 4척을 구입하기로 했다. 2019년부터 연간 220만톤의 셰일가스를 미국에서 들여오기 위한 목적이다. SK E&S는 미국 콘티넨탈과 광구 공동개발을 통해 2019년부터 연간 120만톤의 셰일가스를 추가 확보했다. 한국가스공사와 석유공사 등 공기업들도 구매계약과 지분확보 등을 통해 셰일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처럼 셰일가스 도입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커지면서 우리나라를 LNG 거래의 중심지로 만들자는 LNG허브 전략이 주목을 받고 있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인접한 일본과 중국, 대만과 함께 세계 4대 LNG 수요국가인 만큼 동북아 LNG허브 전략을 세우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을 수 있다”고 전했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2일 국회에서 “동북아 LNG트레이딩은 상당히 가능성이 있어서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가 동북아시아의 LNG허브로 도약할 경우 조선과 석유화학, 건설, 금융 등 국내산업 전반에 활기를 불어넣고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가스공사나 민간발전업체들이 셰일가스 도입을 위해 선박을 발주하면 국내 조선업도 덩달아 혜택을 본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미국의 셰일가스를 주목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로 가격을 꼽는다. 수출이 제한된 상황에서 미국 내에서 수요를 초과하는 가스가 지속적으로 생산되면 가격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우리에게 호기가 될 수 있다.

북미에선 값싼 셰일가스를 원료를 사용해 비교적 저렴한 발전이 가능하지만 우리나라는 도입비용이 높아 기저발전으론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LNG허브로 부상할 경우 도입비용 절감과 수입처 다변화 차원에서 이점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일본도 LNG 수요의 20%를 미국의 셰일가스 도입을 통해 해결하려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만큼 미국 정부의 수출승인 취소위험도 훨씬 적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선 재생에너지 사용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현실적 여건을 감안하면 LNG를 전략적으로 잘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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