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1, 2위 신라면·짜왕 생산… 회사 전체 매출의 35% 담당
금속검출기·이물질검색기 등 생산라인 곳곳 철저한 위생관리
반도체공장 뺨치는 자동화 수준… 95개국 수출로 '음식한류' 선도
국내 라면업계 1위인 농심이 올해 9월 창립 50주년을 맞는다. ‘신라면’ ‘너구리’ ‘짜파게티’ 등 라면 1위를 이끈 주역들을 비롯해 최근 돌풍을 일으키는 신제품 ‘짜왕’까지 농심 라면의 비결을 간직한 경북 구미공장을 21일 찾아가 봤다.
구미 공단동에 자리잡은 공장은 농심의 심장부다. 신라면과 짜왕을 주로 생산하며 전체 농심 내수 매출의 약 35%를 책임진다.
구미 공장의 하루는 라면 시식으로 시작된다. 엄격한 품질 관리를 위해 품질관리 및 생산담당 팀원들은 검사요원들과 함께 매일 아침 생산된 라면 시식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이어서 20톤 탱크로리 트럭들이 줄지어 들어오면 본격적인 생산 활동에 들어간다. 이들이 거대한 파이프에 쏟아낸 밀가루는 대형 배합기로 흘러가 감자전분 등 각종 원료와 혼합된다. 농심 관계자는 “면발도 맛이 다르다”며 “어떤 재료가 어떤 비율로 혼합되느냐에 따라 면발의 맛이 결정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섞인 재료들을 150도 이상 고온에서 순식간에 튀겨내면 꼬불꼬불한 면발이 형성된다. 1986년 첫 등장 이래 국내 뿐 아니라 해외까지 수출되는 신라면의 몸통은 30년 동안 이런 과정을 거쳐 태어났다. 옆 라인에서는 동일한 과정을 거치지만 좀 더 굵은 짜왕의 면발을 뽑아냈다.
특히 신라면은 올해 말이면 국내 누적 판매량 250억 봉지를 돌파한다. 여기에 최근 굵은 면발을 앞세워 대박을 터트린 짜왕은 지난 4월 출시한 지 한 달 만에 신라면에 이어 국내 라면 시장 2위까지 올라 라면시장을 농심 천하로 만드는데 일조했다.
이토록 농심 라면들이 잘 나가는 비결은 무엇일까. 윤종실(52) 농심 구미공장 품질관리팀장은 “라면의 생명은 역시 스프와 면발”이라며 “한국 사람 입맛에 맞는 국물을 내는 스프와 쫄깃한 면발이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꼽았다.
말은 쉽지만 경쟁력을 유지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신라면 개발팀은 전국에서 재배된 모든 품종의 고추를 사들여 매운 맛을 연구했고 유명 맛집에서 ‘다대기’로 불리는 다진 양념까지 구해 스프 맛을 연구했다. 면발의 씹는 맛을 살리기 위해서 무려 200여종의 면을 만들어 내부 시험을 거쳤다.
가장 힘든 사람들은 연구원들이다. 농심 관계자는 “연구원들은 하루 평균 라면 세 봉지 를 기본으로 먹어 가면서 초시계로 물 끊이는 시간을 재고 온도계로 물의 온도까지 측정하는 일이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짜장면 보다 더 맛있는 짜장면을 만들라’는 특명 아래 개발이 진행된 ‘짜왕’은 더 힘든 과정을 거쳤다. 큰 프라이팬과 강한 불로 소스를 볶아내는 중국집 짜장 소스 맛을 구현하기 위해 연구원들은 고된 실험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태워먹은 프라이팬만 100개가 넘었고 1주일 동안 볶은 양파와 마늘이 100㎏을 넘는다.
더불어 농심이 자랑하는 것은 철저한 위생 관리다. 구미 공장의 생산라인 곳곳에 배치된자동중량측정기와 금속검출기, 이물질검색기 등을 통해 엄격하게 제조 공정을 관리한다. 윤 팀장은 “라면에 들어가는 원료조차 중앙조정실의 컴퓨터 시스템이 자동으로 계량한다”며 “그만큼 사람이 직접 라면 제조공정에 관여하는 일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로봇으로 대체된 공장 자동화 수준은 반도체 공장에 버금갈 정도다. 포장 스프와 낱개의 라면을 박스에 담은 과정은 무인자동차와 로봇팔이 대신했다. 특히 라면 상자를 트럭에 싣기 위해 지게차에 자동으로 옮기는 파렛타이징 시스템은 국내 대표적인 전자업체들마저 방문해 살펴보고 갈 만큼 높은 효율성을 자랑한다.
이렇게 엄격한 과정을 거쳐 생산된 농심 라면은 현재 세계 95개국에 수출되며 식품업계의 ‘한류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김진구(52) 농심 구미공장 업무팀장은 “‘농심이 만들고 세계가 즐긴다’는 방침 아래 새로운 라면 한류 바람을 일으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미=허재경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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