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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銀 이번엔 '쪼개 팔기' 카드… 연례 이벤트 되풀이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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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銀 이번엔 '쪼개 팔기' 카드… 연례 이벤트 되풀이되나

입력
2015.07.21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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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4~10%씩 지분 나눠 과점주주 매각 방식 우선 추진

"외국과 달리 국내에선 전례 없고 거금 들여도 경영권 못 얻어" 회의

금융위원회 산하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우리은행을 쪼개 파는 방안을 내놓은 21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창문에 새겨진 은행 로고 뒤로 한 직원이 통화를 하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금융위원회 산하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우리은행을 쪼개 파는 방안을 내놓은 21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창문에 새겨진 은행 로고 뒤로 한 직원이 통화를 하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우리은행 민영화(매각)를 두고 정부가 다섯 번째로 꺼낸 카드는 결국 ‘쪼개 팔기’(과점 주주 매각 방식)였다. 우리은행 경영권을 장악할 지분을 한 군데에 몰아서 파는 방식에 더해, 여러 주주에게 4~10%씩 지분을 나눠 파는 방식을 함께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정부의 우리은행 민영화 방안 발표는 2010년 이후 지금까지 총 5차례 나왔다. 주무 장관이 바뀔 때마다 방법을 조금씩 바꾼 ‘연례행사’가 된 민영화 시도가 이번에는 성공할 지에 관심이 쏠리지만, 벌써부터 “쪼개 팔기도 매력 없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21일 금융위원회 산하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제112차 회의를 열고 우리은행 민영화 추진 방향을 심의ㆍ의결했다. 우리은행 민영화 방안은 이명박 정부에서 세 번(2010, 2011, 2012년) 나왔고, 박근혜 정부 들어서만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다.

사실상 과점주주 매각 방식 단독추진

이번 제5차 민영화 방안의 핵심은 과점주주 매각 방식을 병행하기로 한 점이다.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은행 지분(51.04%)을 통째로 파는 것뿐 아니라, 여러 주주에게 나누어 파는 방안도 추진한다는 것이다.

앞선 네 차례 매각 시도는 ▦우리은행의 큰 덩치를 소화할 만한 곳이 없거나 ▦일괄매각과 관련한 복수 경쟁이 이뤄지지 않는 등의 이유로 모두 실패했다. 그래서 이번엔 흥행을 위해 물주들이 먹기 편하게 지분을 잘라서 팔겠다는 얘기다. 박상용 공적자금관리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수요조사 결과 경영권 지분 매각(일괄매각)은 쉽지 않고, 과점주주가 되려는 수요는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공자위는 통째 팔기와 쪼개 팔기를 병행하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쪼개 팔기를 우선 추진하겠다는 말이다.

과점주주 매각 대상은 일단 우리은행 지분의 30~40%가 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 한 곳당 살 수 있는 물량은 4~10%로 정했다. 은행법상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은행 주식 최대 보유 한도가 4%이고, 금융위 승인을 받아 초과 보유할 수 있는 최대 지분이 10%여서 이렇게 결정됐다. 이론상으로 최소 서너 명에서 최대 열 명의 과점주주가 경영권을 분점하는 셈이다. 나머지 지분은 예보가 보유하고 있다가 상황을 봐서 매각한다.

과점주주 매각 방식 장단점

정부가 이런 쪼개팔기 방식을 도입한 것은 우리은행 민영화의 딜레마적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다. 경영권을 살 여력이 있는 곳은 산업자본이라는 족쇄가 채워져 있거나 해외 자본이 대부분이고, 자격도 되고 관심이 있는 곳들은 대부분 그만한 여력이 없는 탓이다. 결국 ‘자격도 되고 관심이 있는 곳’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방안이 쪼개팔기인 셈이다.

그러나 이렇게 은행 경영권을 여러 명의 대주주가 나눠 갖는 것은 국내에선 전례가 없다. 박상용 위원장은 “외국의 큰 은행을 봐도 소유구조는 다 이런 과점주주 체제”라고 밝혔지만 한편으로는 “외국은 오랜 시간에 걸쳐 그런 체제가 된 것이지만 우리은행은 정부가 매각을 하면서 인위적으로 그 구조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라며 차이점을 인정했다.

이렇게 여러 주체가 주도권을 나눠 갖게 되면 비효율성이 높아지고 주주간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윤석헌 숭실대 교수는 “지배적인 주주가 없는 상황에서는 정부가 또다시 개입을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팔고 나면 절대 경영에 간섭 안 할 것”이라고 다짐하지만, 복잡하거나 애매한 일만 생기면 금융당국만 바라보는 한국 금융의 현실을 감안하면 과점주주 체제 때문에 또 다른 형태의 관치가 이뤄질 것이라는 얘기다.

이번엔 될까

사들이는 입장에서 확실한 경영권도 얻지 못하는데 굳이 거금을 들여 지분 4~10%를 보유할 필요가 있겠냐는 지적도 상당하다. 구경회 현대증권 연구원은 “팔기는 편해질 수 있겠지만 주주 입장에서 어떤 매력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당장 내가 우리은행 대주주가 되는 것도 아닌데 프리미엄(웃돈)이 붙으니 많이 들어오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매각 자체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중국 안방보험의 단독입찰로 매각이 무산된 뒤, 8개월이 지나서야 겨우 매각 방식을 정했을 만큼 진도가 느리다. 또 공자위원장과 위원들의 임기가 10월에 끝나기 때문에, 실제 수요조사부터 입찰을 할 물리적 시간도 부족하다. 그래서 정부가 어쩔 수 없이 등을 떠밀려 매각방안을 발표했지만, 사실상 우리은행 민영화 지연을 공식화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구체적인 매각 일정이 잡히지 않은 것 역시 이런 관측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과점주주 매각이 경영권 지분 매각에 비해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기 어려워 ‘헐값 매각’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점 역시 이번 민영화 방안의 한계로 지목된다.

매년 되풀이되는 정부의 우리은행 민영화 추진이 보여주기 식 이벤트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도 점점 커진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정부 발표에서 ‘시장수요가 확인되고 여건이 성숙됐다고 판단하면’이란 조건을 단 걸 보니 이번에도 매각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은 것 같다”며 “새로운 금융위원장이 들어설 때마다 현안을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지 않기 위해 의지도 없이 매각 방안을 내놓는 것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이영창기자 anti092@hankookilbo.com

김진주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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