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무모 거절에 되레 거짓 신고
20대 여성 보육교사가 자신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어린이집에서 낮잠을 안 잔다는 이유로 두 살배기 남자아이의 얼굴 등을 마구 때린 사실이 경찰조사 결과 드러났다. 보육교사 모녀는 사태가 확산되자 아이 부모에게 돈봉투를 주며 사건 축소를 시도하다 거절당하자, 오히려 영업방해로 아이 부모를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은 모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1일 고양경찰서 등에 따르면 보육교사 A는 4월 20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모 가정어린이집에서 당시 생후 만 21개월인 김모군의 오른뺨 등을 손으로 때렸다. 사건 당일 김군 부모와 할머니는 김군 얼굴에 선명히 남은 손바닥 자국 등을 근거로 A로부터 “낮잠을 자지 않아 순간 홧김에 때렸다”는 자백을 받아내 경찰 수사를 요청했다.
A의 어머니이자 원장인 B는 5월 초 김군 부모에게 현금 50만원을 내밀며 딸을 대신해 자신이 폭행한 것으로 말을 맞춰달라며 사건 축소를 요구했다. 어린이집 폭행사건은 보육교사가 당사자라도 원장까지 법적 책임을 지는 양벌규정을 따르는 만큼, 딸을 대신해 혼자 처벌받겠다는 의미였다. 이에 김군 할머니는 “자기 자식만 중한지 아는 사람들”이라며 요구를 거절했다.
궁지에 몰린 보육교사 모녀는 되레 김군 부모의 협박과 회유로 거짓자백을 했으며, 녹취 내용도 악의적으로 편집됐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은 “합의금으로 300만원을 제시했지만 무시당했다”며, 김군 부모가 오히려 더 큰 돈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원생들의 등원시간에 맞춰 어린이집에 찾아와 공개 사과를 요구한 김군 할머니가 영업방해를 했다며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다.
경찰은 그러나 이들 모녀의 편을 들어주지 않고,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이달 9일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아동이 말을 못하고 어린이집에 폐쇄회로(CC)TV도 없지만 A의 폭행사실 자백과 모녀의 사건축소 요구가 담긴 녹취 기록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기소이유를 밝혔다.
검찰도 경찰 조사기록을 토대로 A의 폭행 여부와 사건 축소 의혹 등을 면밀히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양시는 검찰수사 결과가 나오면 결과에 맞춰 자격취소 등 어린이집과 원장, 보육교사의 행정처분을 각각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태무기자 abcdef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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