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올해 자율형사립고 운영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은 4곳 중 3곳의 일반고 전환을 2년 유예해주기로 했다. 나머지 1곳은 운영난으로 스스로 일반고 전환을 선택했다. 2년에 걸친 서울지역 첫 자사고 평가는 실망스러운 결과로 끝났다. 서울지역 25개 자사고 대상 평가에서 기준점수에 미달한 학교는 절반인 12곳이나 됐다. 교육의 다양성 확보라는 학교 설립 목적에서 벗어나 입시학교로 변질된 경우가 대다수였다. 그러나 지정취소로 이어진 사례는 한 건도 없다. 수준 미달의 자사고 축소를 통한 일반고 살리기라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핵심 공약도 무색해졌다.
자사고 뿐 아니다. 정부는 2010년 특목고와 특성화중에 대해서도 5년마다 평가해 지정취소가 가능하도록 관계법령을 개정했다. 그 첫 평가가 올해 시작돼 특목고에서는 서울외고, 특성화중에서는 영훈국제중이 낙제 판정을 받았다. 서울외고는 평가결과에 반발해 소명 기회를 몇 번이나 거부한 것이 취소 결정으로 이어졌으나 교육부 반대로 유예될 전망이다. 영훈국제중 경우는 더 황당하다. 수백 명 성적 조작 등 대형 입시비리와 공금 유용만으로도 마땅히 지정취소감인데도 역시 2년 유예기간을 줬다.
자사고와 특목고 평가는 왜곡된 고교체제를 바로잡자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사교육을 막고 일반고와 공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회적 합의에 바탕한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의도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교육부는 시도교육청이 지정취소를 하더라도 교육부 동의가 없으면 불가능하도록 법령을 바꿔버렸다. 지정취소 결정이 내려진 학교와 학부모들은 학교의 운영 부실에는 눈을 감은 채 반대만 고집하고 있다. 평가제도 자체가 사실상 무력화된 것이다. 아무런 실효를 얻지 못하는 제도라면 굳이 법령까지 바꿔가며 넣은 이유가 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당국은 자사고와 특목고 평가의 실효성을 확보할 방안을 고민할 때가 됐다. 평가의 필요성을 인정한다면 마땅히 당초 취지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 시도교육청과 교육부의 권한을 분명히 해 논란의 소지를 없애야 한다. 자사고와 특목고의 학생 선발 방식을 ‘선 지원 후 추첨’방식으로 전환하는 방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근본적으로 고교체제 전반의 정상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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