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씨 근무 국정원 본원서 노제
육사생도 큰 딸 등 마지막길 배웅
“우리 막내 보고 싶어서 어떡하나….”
국가정보원의 해킹프로그램 등과 관련한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국정원 직원 임모(45)씨의 발인식이 임씨의 빈소 경기 용인시 처인구 ‘평온의 숲’장례식장에서 21일 엄수됐다.
임씨가 숨진 채 발견된 이후 언론과의 접촉을 피해왔던 유가족은 이날 발인식도 공개하지 않았다. 국정원 직원들로 보이는 남성 3~4명은 빈소 입구를 막아 취재진의 출입을 통제했다.
하지만 빈소 밖으로 간간이 새어 나오는 유가족의 흐느낌은 애통함을 더했다. 오전 7시쯤부터 20여분간 기독교식으로 치러진 발인식에는 친인척과 국정원 동료, 지인 등도 함께 했다.
발인식이 끝나고 고인의 시신이 안치된 관과 영정이 밖에 대기하던 영구차로 옮겨질 무렵, 임씨의 어머니 등 유가족은 오열하기 시작했다. 임씨 어머니는 “아이고~ 우리 아들, 막내야 이놈아 도대체 어딜 가느냐”며 설움에 복받친 울음을 토해내다 결국 부축을 받고 힘겨운 발걸음을 옮겨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운구행렬은 고인이 유서에서 ‘희망이자 꿈이었다’며 끝까지 믿음을 표했던 첫째 딸이 이끌었다. 육군사관학교 제복을 입은 딸은 아버지의 영정을 품에 안고 꿋꿋하게 아버지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임씨의 시신을 실은 영구차는 유족들의 눈물을 뒤로하고 노제를 위해 고인이 근무하던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정원 본원으로 향했다. 본원에 도착한 고인의 영정은 생전 근무지 등을 들렀고 이를 지켜보던 옛 동료들은 안타까움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제를 마친 고인의 시신은 다시 평온의 숲으로 옮겨져 12시쯤 화장된 뒤 납골당에 안치됐다.
임씨는 지난 18일 낮 12시쯤 용인시 처인구 이동면 화산리 한 야산 중턱에서 자신의 마티즈 승용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차 안에서는 다 탄 번개탄 등이 나왔다.
임씨는 유서에는 “내국인에 대한 사찰은 없었다. 외부에 대한 파장보다 국정원의 위상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혹시나 대 테러, 대북 공작활동에 오해를 일으킨 지원했던 자료를 삭제했다. 저의 부족한 판단이 저지른 실수였다”는 등의 글을 남겼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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