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기적인 주주 이익과 조화 필요
수출 회복… 올해 무역 1조달러 가능
최경환(사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최근 삼성물산ㆍ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불거진 ‘엘리엇매니지먼트(엘리엇) 사태’와 관련, “단기 주주이익과 중장기 이익 간 조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엘리엇 사태에 대한 정부의 사실상 첫 공식 입장인 셈이다. 그는 “엘리엇 같은 외국계 단기투기자본도 한국의 법령만 철저히 지킨다면 투자를 환영한다는 게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고도 밝혔다.
최 부총리는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외신기자들로부터 삼성물산 합병 건에 대한 질문 공세를 받았다. 이번 합병으로 외국인 투자자의 주주가치가 훼손된 건 아닌지, 한국의 법 체계엔 문제가 없는지 등 민감한 질문이 쏟아졌다.
최 부총리는 “두 회사의 합병은 상법 등 관계 법령에 따라 주주들이 결정한 사안”이라며 “다만 기업이 주주이익 보호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사실을 돌이켜 볼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한국 정부가 엘리엇과 같은 외국인 자본투자를 환영하느냐는 질문에 최 부총리는 “한국의 법령 테두리 내에서 이뤄진다면 적극적으로 환영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다만 “한국은 선진국 경제와 비교하면 좀 더 성숙이 필요한 경제”라며 “단기 주주이익도 중요하지만, 중장기적인 주주이익과의 조화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중장기 주주이익이 뭔가’라는 질문에 그는 “가령 100원의 이익을 낸 기업에 단기 주주이익을 선호한다면 대부분 배당을 요구하겠지만 장기 성장을 위해 이익 일부를 투자할 필요도 있다”고 답했다.
최 부총리는 한국 산업의 구조개편과 관련한 질문에 “기업사업구조 개편법(일명 원샷법)을 곧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건설, 해운, 석유화학 등 구조적인 불황업종에서 자발적인 구조 개편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수출 부진 현상과 관련해서는 “상반기 세계 교역량 감소에 비하면 한국은 선방한 수준”이라며 “하반기에는 수출이 회복돼 올해도 무역 1조 달러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최근 원ㆍ달러 환율 상승에 대해선 “미국 경제 여건이 좋아 달러화 강세가 나타난 영향으로 쏠림 현상이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급격한 자본유출 우려가 생길 경우에는 현재 단기자본 유입 억제에 초점을 두고 있는 거시건전성 규제를 유출 억제 쪽으로 전환해 시장안정을 꾀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최 부총리는 “(메르스 사태 등으로) 2분기 성장률이 1분기보다 상당폭 둔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지만 “경제활력 제고와 구조개혁 노력이 성과를 맺으면 충격을 극복하고 올해 3%대 성장을 달성할 것”이라고 재차 3% 성장률 달성 의지를 내비쳤다.
김용식기자 jawoh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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