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 Popular Phrases
‘A modest man, but then he has so much to be modest about.’ 영국의 처칠 수상이 남긴 말이다. 이 말이 자주 회자되는 이유는 표현에 묘미가 있고 영국식 냉소기법이 좋기 때문이다. 처칠은 두 번이나 수상직을 역임했는데(1941~45, 1951~55) 그 사이 1945~51년은 처칠 밑에서 부수상을 역임하고 훗날 영국 노동당 당수를 지낸 Clement Atlee가 집권한 시기다. 아랫사람과 경쟁을 하고 이겨야 했던 처칠이 되도록 점잖게 인물평을 하기 위해 수사적인 재능을 발휘한 것이다.
언뜻 들으면 ‘그는 참 겸손한 사람’이라는 말처럼 들리지만 실제 의미는 ‘아직도 더 겸손해야 할 부분이 많은 사람’이라는 일종의 모욕적 발언이다. 아랫사람의 업적이나 행실이 보통이거나 못하다는 것을 Churchill 식으로 표현한 것인데 그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문학적 자질이 뛰어난 사람임을 감안하면 놀랍지 않다. 전반부의 ‘He is a modest man’까지는 분명 ‘그는 겸손한 사람’이라는 얘기가 맞지만 후반부는 ‘he had nothing to brag about, that he was mediocre(스스로 자랑할 것도 없고 보통 사람)’라는 뜻이다. 특히 ‘But then’은 ‘which is no surprise considering that’의 뜻으로 곧잘 쓰이고 전체 문맥은 ‘He’s humble and he has a good reason to be humble’로 바꿔 쓸 수 있다. 나중에 Atlee 수상에 대해 ‘A sheep in sheep’s clothing’ ‘An empty taxi arrived at 10 Downing Street, and when the door was opened, Atlee got out’이라고 혹평한 것도 Churchill식 인물평이고 냉소다.
이런 표현을 ‘paraprosdokian’이라고 부르는데 ‘para-(=against)’와 ‘prosdokian(=expectation)’을 혼합한 단어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 자주 사용하던 기법으로 전반부보다는 후반부에 방점을 찍는 화법이고 1절보다는 2절에서 반전을 노린다. ‘He was at his best when the going was good’이라는 문장에서 전반부만 본다면 ‘그는 가장 잘 했다’는 것 같지만 후반부터 ‘운이 좋거나 시절이 좋았기 때문’이라는 단서가 나온다. 토론에서 곧잘 쓰이는 ‘If I agreed with you we'd both be wrong’도 겸손하게 거절하는 것 같으면서 단호함이 엿보이는 말로, ‘나까지 당신과 동조하면 둘 다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라는 간접적 거절이고 완곡한 거부다. ‘War does not determine who is right-only who is left(전쟁은 누가 옳았느냐를 결정짓는 게 아니라 누가 살아남았느냐를 남긴다)’라는 문장은 right(올바른)과 left(남게 된)의 대비구조로 반전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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