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열대지역 수온 가파르게 상승
美해양대기청, 3월 주의서 경보로
7월 셋째주에는 '강함' 등급 육박
각종 지표 꾸준히 상승… 가능성 높여
1997, 98년 이후 18년 만에 강력한 ‘수퍼 엘니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올해 봄부터 열대 지역 태평양의 수온이 예년보다 가파르게 상승,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며 21일 이같이 보도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엘니뇨 감시구역(북위 5도~남위 5도, 서경 120~170도)의 최근 해수면 온도는 지난 3월 평년 대비 0.5도 정도 높았던 것이 5월에 1도, 5월 말에는 1.4도로 점점 높아지며 2개월 이상 이어지고 있다. 지난 1997년 수퍼 엘니뇨 때와 비슷한 양상이다. 감시구역의 해수면 온도가 수개월 넘게 평년보다 0.5도 높아지면 엘니뇨로 정의한다.
특히 해수면 온도가 2도 이상 상승하고 1년 이상 지속되면 ‘수퍼 엘니뇨’라고 부르는데 기후학자들은 각종 기상 분석 자료를 토대로 “올해 수퍼 엘니뇨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NOAA는 3월 엘니뇨 단계를 ‘주의’에서 ‘경보’로 한 단계 올리는 한편, “올해 말까지 엘니뇨가 지속될 확률을 ‘80% 이상’”이라고 내다봤다. 호주 기상청도 “지난 5월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엘니뇨 초기 단계를 지났다”라며 “특히 각종 지표들이 ‘수퍼 엘니뇨 수준’을 향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수퍼 엘니뇨가 발생한 것은 1982, 83년과 1997, 98년 두 차례뿐이다.
무엇보다 7월 셋째 주 엘니뇨 감시구역의 수온이 ‘강함’ 등급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 우려된다. 엘니뇨 전문가 토니 반스톤 박사는 “7월 셋째 주 같은 추세가 한달 가량 지속될 경우 ‘강함’으로 격상된다”며 “그만큼 수퍼 엘니뇨 출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997년 수퍼 엘니뇨는 98년 봄까지 이어졌으며 당시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에서는 가을~겨울에 걸쳐 홍수 및 산사태로 몸살을 앓았다. 전 세계적으로 2만3,000여명의 인명 피해와 350억달러(약 40조원)의 재산 피해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 또 엘니뇨는 농수산식품 생산량에도 큰 영향을 미쳐 글로벌 경제에 큰 위험요인이 된다.
스페인어로 ‘아기 예수’라는 뜻의 엘니뇨는 적도 부근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는 현상을 말하는 것으로, 열대지역 무역풍(동쪽→서쪽)이 약화되면서 본격화 된다. 이 경우, 서쪽에 있는 해수가 동쪽으로 역류하면서 동태평양 지역의 차가운 물이 표면으로 올라오는 용승(湧昇) 작용이 약해지는데, 동태평양 지역엔 홍수가, 서태평양 지역엔 가뭄이 나타난다. 올해 우리나라에서 나타나고 있는 ‘마른 장마’도 엘니뇨의 간접 영향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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