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후루다오 1000km 여정
팔순의 일본 노인이 어린 시절 자신을 도와준 중국인 은인을 기리며, 전쟁을 반성하고 평화를 호소하기 위해 자전거로 1,000㎞를 달리는 대장정을 시작했다.
중국 신문화보(新文化報)는 21일 마루야마 이와오(丸山嚴)씨의 특별한 중국 여행을 보도했다. 마루야마씨는 1935년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에서 태어나 일본 패전 이듬해인 1946년 부모와 함께 하얼빈에서 랴오닝(遼寧)성 후루다오(葫蘆島)를 거쳐 일본으로 돌아갔다. 일본 패전 후 귀국하기까지 중국에서의 생활은 매우 어려웠다는 그는 “당시 나보다 몇 살 더 많았던 류청장(柳承江)이란 중국인이 우리 가족을 돌봐줬다”고 말했다. 그는 “류씨가 은덕을 베풀어 다른 중국인들의 일본에 대한 원한을 갚은 셈”이라며 은인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늘 머릿속에 간직하며 살아왔다고 말했다.
마루야마씨는 일본의 패전과 중국 항일전쟁 승리 70주년을 맞아 은인을 찾기 위해 일본인 친구 2명과 하얼빈부터 후루다오까지를 자전거로 횡단하는 여행에 나서기로 한 것. 그는 지난 12일부터 하얼빈에서 자전거 여행을 시작하면서 맨 먼저 어린 시절 자신을 도와준 중국 은인을 찾았다. 나흘간 머물면서 백방으로 수소문했지만 류씨를 찾지 못했다. 대신 당시 이웃이던 80여세된 주(朱)모씨를 찾을 수 있었다.
마루야마씨 일행은 하얼빈을 출발해 지린(吉林)성 더후이(德惠), 창춘(長春) 등을 거쳐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을 지나 종착지인 후루다오까지 달릴 예정이다. 이는 3개 성(省)에 걸쳐 총 970㎞를 달리는 여정이다.
그는 20일에는 창춘시 지린대학에서 젊은 학생들과 간담회를 갖고 중일 관계와 역사 문제 등에 대해 이야기도 나눴다. 중국 학생들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와 안보법안 추진 등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는 “평범한 일본인으로서 나는 아베의 생각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평화를 사랑하는 많은 일본인이 나와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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