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쿠바가 20일 양국 수도 워싱턴과 아바나에 대사관을 재개설했다. 이로써 1961년 단절된 양국의 국교가 54년 만에 완전히 정상화됐다.
양국은 이날 상대국 수도에 있는 이익대표부를 대사관으로 공식으로 승격하고 업무를 재개했다. 피델 카스트로의 공산혁명 이후 국교를 단절한 양국은 1977년 이익대표부를 설치해 영사업무를 담당해 왔다.
브루노 로드리게스 외교장관과 조세피나 비달 미국 담당 차관보 등이 포함된 쿠바 대표단은 이날 오전 10시30분 백악관에서 불과 2.5㎞ 떨어진 쿠바 이익대표부 건물에서 대사관 재개설 기념식을 열었다.
로드리게스 장관은 기념사에서 “양국이 공존을 위해 상호 존중과 동등한 주권에 기반해 대화를 진전시켜 나갈 것을 희망하는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의 단호한 결심과 선의, 축하 인사를 전한다”면서 “미국과 쿠바의 국교정상화는 평화와 발전, 공정과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드리게스 장관은 기념사에 이어 쿠바 국기를 공식 게양했다.
이 기념식에는 국교 정상화 회담에서 미국 협상단을 이끌었던 로베르타 제이콥슨 미 국무부 서반구 담당 차관보를 포함해 500여 명의 인사가 참석했으며 쿠바인과 쿠바계 미국인, 취재진이 몰려 주변은 북새통을 이뤘다. 기념식 장면은 쿠바 국영TV를 통해 생중계됐다.
이에 앞서 미 국무부는 청사 1층 로비에 미국과 외교 관계를 맺은 192개국 깃발 사이에 쿠바 국기를 새로 추가했다.
쿠바 아바나의 미국 대사관도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다만, 정식 개관식은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아바나를 방문하는 8월 14일 열릴 예정이다.
미 국무부는 이날 성명에서 “쿠바의 미국 이익대표부가 오늘부터 대사관으로 공식 승격됐다”면서 “케리 장관이 올 여름 후반에 미 대사관 재개설 기념식 및 국기 게양식을 위해 쿠바를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고위 관계자는 CNN에 “케리 장관이 쿠바 미 대사관에 미국기를 게양하기 위해 8월14일 아바나를 방문한다”고 밝혔다. 미 국무장관의 쿠바 방문은 1945년 이후 처음이다.
케리 장관은 이날 오후 국무부 청사에서 로드리게즈 장관과 회담을 가졌다. 로드리게즈 장관은 케리 장관에게 금수조치 등 경제제재 해제, 미국 관타나모 해군기지 부지 반환, 쿠바 정부 전복을 겨냥한 대(對)쿠바 라디오·TV방송 중단 등을 요구한 반면, 케리 장관은 쿠바의 인권 개선 문제 등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앞서 지난해 12월 17일 국교 정상화 추진을 전격으로 선언한 데 이어 지난 4월 파나마에서 열린 미주기구 정상회의에서 만나 상호 협력을 재확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5월에 쿠바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고 지난 1일 양국의 대사관 재개설 협상 타결을 공식 발표했다.
송옥진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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