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도 전기료 인상 고통 감내
신재생 비율 12년 만에 3배 이상 ↑
신재생에너지는 국가마다 갖고 있는 조건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발전 여부가 달려 있다. 그런데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의 공감대를 끌어내기 위한 정부의 노력과 의지다. 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 독일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의 1차 에너지 대비 신재생에너지 비율은 평균 9.1%다. 신재생에너지를 일찌감치 확대해 온 나라들은 자국의 조건을 적극 활용했다.
신재생에너지 비율이 89.8%로 가장 높은 아이슬란드는 풍부한 화산 지형을 이용해 지열을 중심으로 신재생에너지를 적극 확대했다. 캐나다는 풍부한 수력을, 중국과 미국은 광대한 영토를 활용해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우리가 관심을 가질 만한 나라는 독일이다. 일찌감치 신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공론화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적극적인 정책을 추진해 왔기 때문이다. 그 결과 2012년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10.4%로 끌어올렸다. 우리가 목표로 삼은 11%와 거의 비슷하다. 독일의 비결은 무엇일까.
독일은 오래 전부터 신재생에너지에 관심을 가졌다. 정부가 1985년 ‘연방정부 재생에너지 지원정책’을 발표한 뒤 재생에너지를 보급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쳐왔다. 우리나라가 2001년 단기적으로 신재생에너지 이용보급을 확대하기 위한 ‘대체에너지 기술개발 보급 기본계획(현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을 만들고, 2003년 처음으로 10년 이상 중장기 계획(제2차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을 세운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일찍 신재생 에너지 활용을 시작한 셈이다.
특히 사상 최악의 원전사고로 꼽히는 구 소련의 체르노빌 사고 이후 진보 정당을 중심으로 ‘친환경에너지’를 의제로 꾸준히 논의해 온 점도 큰 영향을 끼쳤다. 그 결과 1990년 연방의회 선거에서 원내에 입성한 녹색당이 1998년 연방의회 선거 후 사민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적록연정’을 펼쳤다.
2002년 2기 연정을 구성한 녹색당은 집권기간에 환경세를 도입하고 핵발전을 점차 줄여 나가는 ‘핵에너지 이용 종결에 관한 법률’ 등을 법제화 했다. 이 기간 독일 국민들은 발전 단가가 높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일 경우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점을 받아들였다. 정부와 국민이 어느 정도 고통을 함께 감내할 준비를 한 셈이다. 독일 정부는 최근 “2050년 독일 총 전력공급량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관계자는 “독일은 2000년에 3% 수준이던 신재생에너지의 비율을 2013년 11.9%까지 끌어 올렸다”며 “국민적 공감대가 있어서 가능했다”고 말했다.
‘환경’을 주요 의제로 내세워 정권을 잡을 정도로 개방된 독일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정부의 적극적 실천 의지 및 국민과 합의점을 끌어내기 위한 노력이 있다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민식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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