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ㆍ입지ㆍ보급 여건 등 평가, '2035년까지 11%'로 목표 재조정
태양광 풍력 연료전지 등 핵심분야 최고 기술의 86% 수준에 불과
수소저장 이용기술은 걸음마
토지 문제 등 제약 조건 많고 발전 차액 지원제 중단도 영향
우리나라는 석유나 천연가스가 풍부한 산유국들과 달리 자원이 부족해 에너지공급에 필요한 자원을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한다. 따라서 섬이나 다름없는 지정학적 조건과 국가안보 등을 감안해 에너지자립도를 높이려면 장기적으로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것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국내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술 수준과 산업이 선진국보다 상당히 뒤떨어져 있다. 전문가들은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관련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 신재생에너지 비율 3.52%… OECD 최하위
정부가 2년 마다 펴내는 신재생에너지백서에 따르면 2013년 국내에서 생산된 신재생에너지는 987.9만TOE(1TOE는 1톤을 연소할 때 발생하는 열량, 1TOE=1,000만㎉)로 전체 1차 에너지(전력 도시가스 등으로 가공되지 않은 채 공급되는 에너지) 중 3.52%에 불과했다. 그 중 폐기물을 사용해 생산한 에너지가 650.2만TOE로 전체 신재생에너지의 3분의 2(65.8%)를 차지했다. 태양광, 풍력 등 신산업으로 각광받는 나머지 신재생에너지는 1%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4개국 중 꼴찌에 해당한다.
정부는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해 지난해 1월 발표한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35년까지 11%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5년 마다 에너지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이 계획을 처음 수립한 2008년에 11% 달성 시점을 2030년으로 정했으나 다시 5년 뒤로 미룬 것이다.
환경단체 등에서는 ‘후퇴한 계획’이라며 비판이 거셌다. 정부도 “2008년 1차 계획 당시 보급목표 11% 달성을 위한 재원 마련 방안 등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었다”며 “신재생에너지의 보급률이 미미한 만큼 신재생에너지 자원의 경제성, 입지여건, 보급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수치를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목표는 에너지기본계획의 하위 개념인 전력수급기본계획에 그대로 반영됐다. 계획에 따르면 2013년 전체 발전량의 3.86%에 그쳤던 신재생에너지의 비율을 2029년 11.7%로 확대할 계획이다.
● 목표 11% 달성할 수 있을까
정부가 후퇴했다는 비판을 받으며 재조정한 목표마저도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1988년 ‘대체에너지개발촉진법’을 제정한 이래 2012년까지 11개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모두 1조7,531억원을 투자해 태양열온수기, 태양광 발전시스템 등 66개 기술을 국산화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우선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분야 기술은 최고 수준의 86%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게 에너지경제연구원의 분석이다. 구체적으로 태양광은 선진국의 89%, 풍력은 83%, 연료전지는 85% 수준이다. 백서는 “태양열, 태양광, 바이오, 폐기물 에너지 분야의 핵심기술은 선진국 수준에 근접해 실용화 내지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지만 수소 저장이용기술 등은 기초응용연구단계여서 수준이 낮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신재생에너지를 육성하기 위해 도입한 발전차액지원제도(FIT)를 중단한 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FIT는 발전사업자가 신재생에너지원으로 전력을 생산하면 화석연료 등 기존 에너지원으로 전력을 생산했을 때 생산단가와 비교해 차액만큼 보조금을 지원해주는 제도로 2002년부터 시행됐다.
그러나 정부는 이 제도를 2011년 12월까지 운영하고, 그 이후부터 공급량의 일정 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채우는 ‘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RPS)로 바꿨다. 정부 예산으로 지원하는 보조금을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보조금을 지원해준 10년간 신재생에너지의 경쟁력이 어느 정도 올라가 제도를 변경했다”고 설명한다. 그 근거로 FIT 시행 10년 후인 2011년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이 태양광 발전 497MW를 포함해 1,031MW였지만, RPS 시행 2년 만인 2013년에는 1,743MW로 빠르게 증가하는 점을 내세웠다.
그러나 보조금을 없앤 결과 규모의 경제를 앞세운 대형 발전사들은 버텼지만 중소형 발전사들은 하나 둘 문을 닫았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다른 나라도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키우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일정 수준으로 올라갈 때까지 보조금을 준다”며 “FIT를 더 운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신재생에너지별 제약 조건들이 많다. 정부가 중점 확대하고 있는 태양광은 토지 확보가 중요한데,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은데다 산지가 많아 불리하다. 풍력발전은 소음과 진동이 심해 민원이 많이 발생하고, 자연경관을 훼손는 게 문제다. 서해안의 조석 간만의 차를 활용할 수 있는 조력발전도 가로림조력발전사업 중단 사례에서 보듯, 생태계 파괴 및 어업 생산량 저하 등의 피해 우려가 높다.
박정순 에너지경제연구원 신재생에너지실장은 “신재생에너지는 기술개발, 정부 정책 등 여러 가지 변수가 달려 있어 언제, 얼마나 다른 에너지원을 대체할 수 있을 지 쉽게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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