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0일 내달 임기가 끝나는 현병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장관급) 후임에 이성호 서울중앙지법원장을 내정했다. 이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하게 되면 현 정부가 임명하는 첫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된다. 민경욱 청와대대변인은 “인권보장에 관한 확고한 신념과 탁월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인권위를 이끌 적임자”라며 “인권위 발전과 대한민국 위상 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
올해로 14년째를 맞은 국가인권위는 출범 후 수많은 직권조사와 권고조치를 통해 인권의 지평을 넓혀왔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서 현병철 위원장 체제가 들어선 후 퇴행을 거듭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민법학자 출신으로 인권 관련 경험이 없었던 현 위원장은 재임 중 독선과 독단적 의사결정으로 자주 비판을 받았고, 재임 중 국제 인권기구의 평가와 인식도 크게 악화됐다.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는 세 차례나 등급심사를 보류했다. 한국정부가 투명한 과정과 절차를 통해 인권위를 구성, 운영하라는 권고를 이행치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국제엠네스티는 지난 2월의 연례보고서에서 한국의 인권상황이 “전반적인 후퇴 경향”을 보였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래서 새 위원장에 거는 기대는 각별할 수밖에 없다. 추락한 인권위 위상을 다시 세우고 인권사각지대의 사회적 약자의 인권 보장에 앞장 서는 본연의 모습을 되찾아 달라는 기대다. 진보와 보수 진영 싸움의 무대가 되어버린 국가인권위를 진정한 인권의 보루로 다시 세워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이 후보자가 과연 그런 기대에 부응할 만한 인사인지는 속단키 어렵다.
청와대는 그가 30년간 판사로 재직하면서 “인권을 보장하고 법과 정의, 원칙에 충실한 다수의 판결을 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법 제5조 2항에 규정된 위원(장) 자격으로 “인권문제에 관하여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고 인권의 보장과 향상을 위한 업무를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의 요건을 충족하는지는 의문이다. 인권활동가들은 오랜 법조생활 해온 인사를 인권전문가로 보는 인식을 경계한다. 우리사회의 심각한 인권문제가 주로 법질서 밖 인권사각지대에서 발생하는데 법조인 출신의 전문지식만으로 충분히 대응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바로 이런 지적들에 유의해 과연 그가 인권위의 위상을 바로 세울 적임자인지의 여부를 냉정하게 가려야 할 것이다. 이는 여야와 진보 보수를 떠나 인권을 중시하는 국가의 위신과 품위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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