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예능프로그램 ‘나를 돌아봐’가 또 한번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 여성혐오 발언으로 비판을 받았던 장동민의 출연으로 쑥덕공론의 대상이 됐던 이 프로그램은 일명 ‘김수미-조영남’ 사태 때문에 1주일 가량 온라인을 불명예스럽게 장식 중이다. 20일에는 사태를 봉합하려는 제작진의 ‘노력’으로 다시 한번 사람들의 입길에 올랐다. 제작진의 미숙한 대응이 프로그램에 대한 반감을 키우고 사태도 더 악화시킨다는 반응이 나온다.
‘나를 돌아봐’ 제작진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프로그램 하차 의사를 밝혔던 김수미가 다시 촬영에 합류하게 됐다고 알렸다. 지난 18일 오후 제작진이 이경규와 함께 김수미를 만나 장시간 이야기를 나눈 뒤 김수미가 촬영재개에 합의했다는 소식이었다. 조영남이 김수미에게 프로그램을 함께 하고 싶다며 위로가 담긴 편지와 꽃다발을 이경규를 통해 전달했다고 제작진은 덧붙였다. 조영남이 손으로 쓴 편지와 꽃다발이 김수미의 복귀 결심에 적지 않게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나를 돌아봐’가 만들어낸 지난 1주일은 여느 드라마 못지않게 극적이었다. 한 온라인 매체는 ‘격동의 1주일’이라고까지 과하게 표현했다. 기자들을 대상으로 열린 지난 13일 제작발표회에서 김수미가 낮은 시청률을 거론하며 조영남을 비판했을 때, 그리고 조영남이 인생 최고의 모욕이라는 식으로 대꾸하며 행사장을 뛰쳐나갔을 때 대중은 깜짝 놀랬다. 노장 배우와 가수가 방송사고 수준의 추태를 연출했다는 비판이 따랐다. 조영남이 더 이상 프로그램에 출연할 수 없다고 고집할 때, 김수미가 악플을 견딜 수 없다며 하차 의사를 밝혔을 때도 네티즌의 비판이 쏟아졌다.
제작진이 조영남과 김수미를 겨우 진정시키고 갈등을 봉합했으나 씁쓸함은 진하게 남는다.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삶을 성찰하겠다는 프로그램의 의도가 과연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될까하는 의문도 있다.
이날 제작진은 “많은 분들의 문의”가 있다는 이유로 조영남의 편지 전문을 공개했다. 출연자 이탈을 막아 프로그램을 살려야 한다는 제작진의 절박함은 알겠으나 김수미-조영남 사이의 갈등과 화해가 하나의 이벤트로 변질된 모양새다. 두 사람의 세세한 감정 교환까지 공개의 대상이 됐어야 했을까. 아니나다를까. “노이즈 마케팅 아니냐” “관심을 끌기 위한 행태”라는 비판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관련 기사 댓글에 올라오고 있다. 두 사람의 갈등과 화해가 하나의 쇼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롤러코스터 타듯 펼쳐진 지난 1주일을 보내며 제작진은 진정 자신들을 돌아보긴 한 것일까.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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