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 3조 원에 가까운 손실을 감춰왔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조선업계 위기가 더 커지고 있다. 지난해 이미 현대중공업이 3조2,000억 원 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삼성중공업도 올해 2분기에 1조 원 이상의 손실이 예상되는 등 조선 3사가 총 8조 원대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부실은 전체 수주액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해양플랜트에서 주로 발생했다. 경험과 실력이 없는데도 경쟁적으로 저가수주를 하다 보니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해양플랜트는 기본설계와 핵심기자재 제조기술을 해외전문업체에 의존하는 상황이라 원래 수익성이 떨어지는데다, 잦은 설계변경 등으로 공정이 길어지면서 비용이 크게 불어났다.
특히 대우조선은 국내금융권 여신과 기업어음(CP), 회사채 등을 포함하면 부채 규모가 20조 원에 육박한다. 연결부채비율도 400%에 가깝다. 자칫 대형 부실로 이어져 금융권까지 강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조선업계가 산업위기의 진원지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대우조선의 부실이 이처럼 깊어진 것은 정부, 산업은행, 회계법인, 증권사, 신용평가사 등이 모두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에 빠졌기 때문이다. 대우조선 사장은 정부나 청와대에 연줄이 있는 사람들로 채워져 왔다. 매각이나 구조조정이 불발한 것도 적임 아닌 인사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이들 중 일부는 연임을 위해 회사의 부실을 감춰왔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대우조선 지분의 31%를 보유한 산업은행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산업은행 부행장 출신들이 최근 5년간 대우조선의 부사장급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아왔으나 부실을 잡아내지 못했다. 부실을 보고도 눈을 감았을 것으로도 의심된다. 대우조선의 부실을 전혀 몰랐다는 산업은행의 발뺌도 상식적이지 않다. 회계법인이나 증권사도 문제가 있다. 안진회계법인이 2010년 처음으로 대우조선해양의 외부감사를 맡은 이후 최근 5년간 감사 의견으로 ‘적정’을 고수해왔고, 각 증권사들도 보고서에서 ‘매수’ 의견으로만 일관했다. 이들 모두 대우조선 부실의 공범인 셈이다.
이 바람에 대우조선의 주가는 부실문제가 불거진 지 3주 만에 반 토막이 났다. 대우그룹 해체에도 불구하고 2001년 워크아웃에서 무사히 살아남았던 대우조선이 14년 만에 다시 위기를 맞이한 것이다. 산업은행은 뒤늦게 대우조선 회계를 실사하기로 했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이젠 금융당국이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다. 산업은행의 관리부실은 물론, 대우조선 경영진의 불법, 회계감사의 적정성 등을 낱낱이 파헤쳐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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