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유세에 나선 대선 후보자들이 자신의 가정사를 꺼내 유권자의 감성에 호소하는 것에 비해, 미국 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유독 아버지에 대한 언급을 아껴왔다.
19일 뉴욕타임스(NYT)는 이는 어린 시절 그가 아버지로부터 받은 상처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라며 클린턴 전 장관의 아버지 휴 로댐이 엄하기 짝이 없고 공격적이며, 때로는 가족에게 비정한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 인물이었다고 소개했다.
영국 이민자와 탄광 광부의 딸 사이에서 펜실베니아주 스크랜턴의 엄격한 감리교 노동계급집안에서 태어난 로댐은 흑인, 가톨릭 신자는 물론 자신과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이라면 무조건 편견을 가지고 보는 사람이었다. 그는 클린턴 전 장관이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취임 선서를 옆에서 지켜본 뒤 얼마 되지 않아 1993년 82세에 세상을 떠났다.
그는 부인과 자식들에게도 때로 매우 가혹했는데, NYT는 어린시절 클린턴 전 장관이 치약 뚜껑을 제대로 닫아놓지 않으면 로댐이 뚜껑을 창 밖으로 던져버려 클린턴 전 장관이 눈 덮인 풀밭을 뒤져 뚜껑을 찾아와야 했던 경우도 있었으며 수학성적이 나쁘면 로댐이 그를 일으켜 깨워 구구단을 외우게 했다고 보도했다. 어쩌다 그가 학교에서 A를 받아올 때면 로댐은 칭찬은커녕 “시험이 아주 쉬웠나 보네”라고 냉담하게 말했다.
이 때문일까. 그는 이번 대선 유세에서 부모에게 학대 받다 조부모 손에 맡겨졌으나 다시 가출해 가정부로 삶을 꾸렸다는 자신의 어머니 도로시 로댐에 대한 이야기는 대중에게 공개했으나, 여전히 아버지에 대한 애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피하고 있다. 심지어 올해 아버지의 날에서조차 클린턴 전 장관은 트위터에 “함께 만들어가는 미국을 어머니가 보셨으면 좋겠다”며 어머니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올렸다.
아버지를 언급해야 할 때면 클린턴 전 장관은 “당신의 길을 만들기 위해 일을 열심히 해야 한다고 믿었던”소규모 자영업자였던 아버지의 모습을 강조했다. 2008년 민주당 경선에서는 버락 오바마 당시 민주당 후보에 맞서 백인 노동계급의 표를 얻기 위해 공화당을 지지했던 아버지를 언급하며 자신이 다른 진영과 함께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이렇듯 아버지를 멀리하는 클린턴 전 장관이지만 지인들은 그의 강인함이 바로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턴 전 장관의 친구이자 전 백악관 언론담당 보좌관이었던 리사 카푸토는 “힐러리의 아버지는 가족 내에서 굉장한 힘을 가진 사람이었다, 힐러리가 그의 많은 부분을 닮았다”고 말했다. 또 아버지로부터 받은 혹독한 훈련은 클린턴 전 장관이 각종 정치적 싸움에서 견디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지인들은 믿고 있다고 NYT는 덧붙였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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