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여보 하늘에서 다시 만나자" 가족에 절절한 마음
경찰 "불필요한 의혹 해소 위해 유족 설득해 유서 모두 공개"
경찰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국가정보원 직원이 남긴 마지막 유서 2장을 언론에 공개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20일 해킹 프로그램을 담당한 국정원 직원 임모(45)씨가 가족들에게 남긴 유서 2장을 공개했다.
앞서 임씨는 A4용지 크기의 노트 3장에 유서를 남겼으며, 2장은 가족에게, 1장은 국정원장과 차장, 국장에게 전하는 말을 적었다.
경찰이 추가로 공개한 임씨의 유서에는 "여보 짊어질 짐들이 너무 무겁다. 운동해서 왕(王)자 만든다고 약속했는데 중간에 포기해서 미안해. (아이들)잘 부탁해. 당신을 정말 사랑해.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나자 부족한 나를 그토록 많이 사랑해줘서 고마워. 사랑해"라고 적혀 아내를 향한 절절한 마음이 묻어났다.
또 자녀들을 향해 "(큰딸에게)미안하다. 너는 나의 희망이었고 꿈이었다 ○○잘 마치고 훌륭한 ◇◇이 되리라 믿는다. 아빠처럼 나라를 위해 일할 수 있어 자랑스럽다"며 "극단적인 아빠의 판단이 아버지로서 해서는 안되는 일인데 요즘 짊어져야 할 일들이 너무 힘이 든다. 훌륭하게 자라줘라. 사랑해"라고 적었다.
이어 "(막내딸에게)웃는 모습이 예쁜 우리아기. 힘들지? 좀더 친근한 아빠가 되지 못해 미안하다.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되리라 믿는다. 사랑해"라고 전했다.
짤막한 네줄로 마무리된 1장에는 부모에게 "아버지. 자식된 도리를 다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엄마. 자주 들르지 못했는데 미안해요. ▲▲라 그래도 항상 마음은 엄마에게 있었어요. 죄송합니다"라고 쓰여 있다.
이외 임씨가 국정원장 등에게 쓴 유서는 앞서 19일 언론에 공개됐다.
이 유서에는 "(해킹 프로그램으로)내국인에 대한 사찰은 없었다. 외부에 대한 파장보다 국정원의 위상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혹시나 대테러, 대북 공작활동에 오해를 일으킨 지원했던 자료를 삭제했다. 저의 부족한 판단이 저지른 실수였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유족들의 요청으로 사건 직후 유서를 비공개하다보니 일각에서 불필요한 의혹들이 제기돼 유서를 공개하는 쪽으로 유족들을 설득해왔다"며 "추가 공개된 유서에는 국정원 업무와 관련된 내용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찰은 임씨의 사망 전 행적 조사를 통해 지난 18일 오전 4시 50분께 임씨가 집에서 나온 뒤 인근 마트에서 호일도시락 2개, 소주 1병, 담배 1갑을 구입한 사실을 확인했다.
호일도시락은 번개탄에 불을 피우는데 사용한 것으로, 차량 뒷좌석과 조수석에서 발견됐다.
임씨의 차량은 오전 6시 20분께 숨진 채 발견된 장소에서 1㎞가량 떨어진 지점 도로를 지나는 장면이 CC(폐쇄회로)TV에 찍혔으나 이후 나오는 장면은 찍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번개탄 구입처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제반 증거를 고려할 때 전형적인 자살사건으로 보고 조만간 사건을 내사종결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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