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 100달러 미화 위조지폐 소동
베트남계 귀화여성이 할머니 장례에 쓰려고 가져온 미화 100달러짜리 가짜 지폐를 택시에 두고 내렸다가 경찰에 위조지폐 신고가 접수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개인택시 운전기사 정모(54)씨는 18일 오후 3시50분께 베트남계 여성 2명을 태웠다가 이들이 트렁크에 두고 내린 비닐봉투를 발견하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봉투 속에 100달러짜리 가짜 지폐 480매가 들어있었던 것. 부산 남부경찰서는 신고를 접수하고 택시 하차지점 일대에 탐문수사를 벌인 끝에 전날 베트남에서 입국한 김모(28ㆍ여)씨를 찾아내 조사를 벌였다. 김씨는 지난해 결혼 후 베트남에서 귀화한 여성이었다.
그러나 경찰은 이 여성에 대해 위조지폐 혐의가 없다고 결론짓고 불기소 처분했다. 가짜 지폐가 조악해 누구나 달러가 아닌 것을 알 수 있고, 판매목적으로 제작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베트남 풍습에는 지인이 사망하면 노자돈으로 사용하라며 가짜 지폐를 태우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최근 할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에 베트남에 다녀왔고, 자주 갈 수 없기 때문에 할머니가 사망하면 한국에서라도 제사를 지내려고 가짜 지폐를 가져온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위폐는 아니지만 유사한 모양의 지폐를 외국에서 들여오는 것은 통화유사물수입 혐의로 처벌 받을 수 있다”며 “그러나 김씨의 경우는 판매목적이 아니라 본인이 제사에 사용하기 위한 것이고, 가짜 미화(달러)를 태우면 망자가 더 좋은 곳에 간다는 베트남 풍습이 있는 만큼 무혐의 처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섭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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