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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5년 스코프스 재판, 진화론 대 창조론 논쟁 불지펴

입력
2015.07.20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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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이 열린 테네사주 데이튼(Dayton)시의 옛 재판소 건물에 붙은 명판.
재판이 열린 테네사주 데이튼(Dayton)시의 옛 재판소 건물에 붙은 명판.

90년 전 오늘(7월 21일), 진화론을 가르친 미국의 과학교사 존 스코프스(John Scopes)가법원의 유죄(벌금 100달러) 판결을 받았다. 이른바 ‘버틀러’ 법 위반 혐의였다.

넉 달 전인 1925년 3월 13일 미국 테네시 주의회는 세계기독교근본주의협회의 주 지부회장 존 W. 버틀러가 발의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공립학교가 성경에 반하는 교육, 예컨대 진화론을 가르쳐서는 안 된다는 게 요지였다. 진화론은 당시 주 교육당국이 배포한 교과서에도 포함돼 있었다.

25세이던 스코프스가 버틀러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것은 그 해 5월 5일이었다. 법의 배후에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이 있었다면 스코프스의 뒤에는 미국시민자유연합(ACLU)이 있었다. 검찰은 윌슨 행정부의 국무장관을 지내고 세 차례 민주당 대선 후보로 지명됐던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William Jennings Bryan)을 필두로 톰 스튜어트, 허버트 힉스 등으로 진용을 꾸렸고, 스코프스 변호인단은 ACLU의 간판 변호사 클래런스 대로우(Clarence Darrow)가 이끌었다.

재판에서 대로우는 브라이언을 압도했다.(재판 양상을 가장 상세히 기록한 한국어 자료는,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창조과학회 홈페이지에 있다. 물론 그 취지는 브라이언이 대로우의 ‘꼼수에 억울하게’ 말려 들었음을 해명하는 것이다.)

대로우는 “어떤 이론이나 과학적 견해가 어떤 종교적 사상과 상충된다고 해서 국가가 그것을 금지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만일 그런 권리가 있다면 대부분의 천문학과 지질학도 금지조치를 당해야 할 것이다”라고 변론했다.(한국의 창조과학회는 진화론도 입증된 과학 이론이 아니라는 등의 논거로 반박한다.) 대로우가 “당신은 지구가 6일 동안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느냐”고 묻고, 성서 전문가였던 브라이언이 “24시간으로 된 6일이 아니다”라고 대답했다는 대목도 있다.(브라이언의 답변은 근년 이단 교단으로 배척되고 있는 ‘신천지’의 교리와도 흡사하다.)

재판은, 대로우의 ‘꼼수’대로 사실심이 아닌 법률심 양상으로 전개됐고, ‘원숭이재판’이라는 별칭으로 불릴 만큼 진화론 대 창조론 논쟁을 방불케 했다. ACLU는 미국 전역에 라디오로 중계된 이 재판을 통해 과학적 여론을 환기하는 데 큰 성과를 얻는다. 물론 법을 어긴 건 어긴 거여서 스코프스는 벌금형을 받았다. 항소법원에서 스코프스는 승소하지만 그건 그가 ‘무죄’여서가 아니라 원심 재판의 ‘기술적 결함’때문이었다. 테네시 주의회가 ‘버틀러’법을 폐지한 것은 42년 뒤인 1967년 5월 18일이었다.

진화론 교육에 대한 분란의 불씨는 바이블 벨트 즉, 미국 남부 보수 개신교단의 근거지를 돌며 아직도 가끔 불꽃을 올린다. 한국에서도 2011년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위원회’가 과학교과서의 진화론 내용의 수정ㆍ삭제를 교육과학기술부에 청원한 바 있다.

최윤필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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