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를 지나다 보면 삼성동 지역 한전부지 개발에 관한 현수막들이 여기 저기 붙어 있다. “서울시의 한전부지 일대 지구단위계획 확대 결사 반대” 그리고 “한전부지 개발이익금을 강남구 내 취약시설에 사용하라” 등이다.
최근 서울시와 강남구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이유를 보면 한국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좋지 않은 문화에 기인한다.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규정이나 규칙을 바꾸는 것을 가볍게 생각하는 습관이다. 현대사에서 보면 1969년 박정희 대통령이 3선 연임을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헌법 개정을 기억할 것이다. 또한 정당대표나 대학총장을 선출할 때 마다 정치인들이나 대학교수들이 선출방법을 바꾸고자 한다. 이 모두가 자신들 목적 달성에 유리한 방법으로 바꾸고자 하는데 목적이 있다.
최근 서울시와 강남구가 첨예하게 대립했거나 대립하고 있는 구룡마을 개발 문제와 한전부지 공공기여금 활용 문제도 유사하다. 서울시가 자신들이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기존 계획을 변경한 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구룡마을 개발문제는 서울시가 기존 계획을 바꾸면서 일어난 것이다. 2011년 오세훈 시장시절 서울시가 전적으로 개발을 책임지는 100% 수용·사용에 의해 공영 개발을 약속했었다. 그러나 2012년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어떤 목적인지 일부 토지 소유주들에게 개발이익이 돌아가는 일부 환지방식으로 개발하겠다고 계획을 변경하면서 기존 방식을 고수하는 강남구와 갈등이 시작되었다.
삼성동 한전부지 공개매각을 통해 발생한 공공기여금 약 1조 7,000여억원의 활용에 관한 서울시와 강남구의 갈등도 유사한 이유에서 나타났다. 서울시는 강남구와 충분한 논의 없이 2009년 결정된 지구단위계획 결정고시를 변경하고자 한다. 더 나아가 도시계획변경 사전협상 운영지침을 개정하여 의사결정과정에 해당 자치구인 강남구 참여를 배제하고 주민설명회 개최 조항을 삭제하려고 하는데 원인이 있다.
국토부의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과 동법 시행령에 의하면 공공기여금은 해당 지구단위계획구역 내에 우선 사용하고, 나머지는 해당 자치구 취락지구에 사용하도록 되어 있다고 한다. 문제는 서울시가 지구단위계획구역을 기존에 결정된 삼성동 지역외인 잠실운동장 지역으로 확대하려고 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서울시는 이 시행령을 개정해 달라고 국토부에 요청까지 했다.
강남구는 지역 개발이익을 개발에 의한 비용 즉, 소음이나 교통체증 등에 의한 지역 주민들의 상당한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기반시설을 확충하는데 우선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5개 철도 및 1개 도로가 계획되어 있는 영동대로 개발계획도 한전부지 개발과 연계되어 있어 이익금 일부를 여기에 사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일반인들에게 부자 강남구와 개발이익을 다른 곳에도 같이 쓰자는 서울시의 입장이 대립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강남구는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에 기초생활수급자가 7번째, 영구임대아파트는 7번째로 많아서 국토부 시행령에 나와 있듯이 공공기여금 일부를 해당자치구인 강남구내의 취락지구에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존 결정이나 운영지침을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해당 자치구를 배제시킨 상태에서 바꾸고자 하는 서울시의 매우 구태의연한 태도는 바뀌어야 한다. 개발에 따른 이익도 누리지만 비용도 동시에 부담하여야 하는 강남구를 대화상대로 인정해야 한다. 서로 마주 앉아 충분한 논의와 토의를 통하여 적절한 해결 방법을 찾는 소통을 해야 한다. 이것이 강남구민 더 나아서 서울시민을 위한 것이다. 최근 한국사회는 온실 속에서 자란 정치 지도자들의 속 좁은 정치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시민운동가로서 그리고 차기 대권후보로 회자되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넓고 깊은 정치력이 기대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ㆍ그린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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