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막내 kt는 시즌 초반 팀 성적이 형편 없었다. 프로야구 최초로 100패 팀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다. 4월까지 승률 0.120(3승22패)으로 바닥을 쳤지만 5월 들어 극적인 반전을 이뤘다. 후반기를 앞둔 20일 현재 3할대 승률(28승58패)까지 끌어올렸다.
과감한 트레이드, 발 빠른 외국인 교체 카드 등이 반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선수단을 하나로 결속시킨 주장 신명철(37)의 공도 빼놓을 수 없다. 1군 경험이 없는 어린 선수들, 이곳 저곳에서 어렵게 마지막 기회를 잡은 선수들이 모여 '외인구단'으로 불린 팀을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었다. 자신의 성적은 생각할 겨를 없이 팀만 생각했다.
특히 외부의 비난도 모두 본인이 직접 받아들였다. 지난 5월23일 수원 한화전 당시 상대가 심기를 건드릴 만한 도루, 잦은 투수교체를 하자 경기 후 격렬한 항의를 하는 과정에서 팬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그가 이를 감수하면서도 악역 역할을 자처한 것 역시 팀 후배들의 독기와 승부욕을 끌어올리기 위한 희생으로 여겼다. kt는 공교롭게도 이날 이후 41경기에서 승률 5할(20승21패)에 가까운 호성적을 거두며 형님 구단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시작했다.
신명철은 "개인 성적을 바라고 여기에 온 것이 아니다"면서 "좋은 팀을 만드는데 역할을 다하고 싶었다. 내가 욕먹더라도 팀을 위해서라면 앞장서려고 했다. 극단적인 모습을 보였던 것도 희생이었다. 주장은 희생을 하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캡틴이 바라본 전반기 평가
신명철은 "초반에 출발이 안 좋아 많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시즌 개막전인 3월28일 부산 롯데전에서 다잡은 경기를 놓친 뒤 11연패를 당했다. 4월11일과 12일 넥센을 상대로 연승을 거두기는 했지만 또 이후 긴 연패에 빠졌다. 이런 패턴은 자꾸 반복되며 선수단 사기가 저하됐다.
신명철은 "4, 5월이 힘들었다. 팀 분위기도 가라 앉고, 중심을 잡아줄 선수도 없었다"며 "연습량이 많다 보니 체력적인 부분까지 어려움이 있었는데 이를 통해 배운 점도 분명히 있고 차츰 어려운 경기를 이겨내면서 힘이 생겼다"고 돌이켜봤다.
그는 또한 "고참들이 중심을 잘 잡아줬다. (이)대형이나 (박)경수가 중간 역할을 해주면서 신구 조화도 이뤄졌다"며 "(장)성우가 트레이드로 팀에 합류한 것도 컸다"고 달라진 팀을 설명했다.
팀이 힘들 때 선수들에게 '하나, 하나 배우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무서운 팀을 만들어보자'라고 격려했던 신명철은 "나까지 힘든 티를 내면 안 됐었다"며 "처음에는 연패를 많이 했는데 갈수록 연승도 많아졌다. 자신감을 찾은 게 가장 큰 소득이다. 우리 팀의 가능성을 봤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술보다 정신이라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주장의 약속 "팬들 즐겁게 깜짝 이벤트 준비"
신명철은 자신이 팬들에게 부정적으로 비춰지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다고 과거 일을 돌이킬 수 없는 노릇이다. 책임감은 느끼지만 팀을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다는 걸 알아주길 바랐다. 이제 팀도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만큼 그는 선수들과 함께 수원 kt 위즈 파크를 찾아주는 팬들을 향해 후반기 깜짝 이벤트를 펼치겠다고 약속했다.
신명철은 "후반기에는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려고 준비 중"이라며 "이미 선수들끼리 의견도 교환했다. 팬들을 즐겁게 할 수 있도록 특별한 승리 세리머니를 선보일 예정이다. 매일 할 수는 없고, 홈 경기 연전 중 한차례 하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다"고 웃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내년 시즌에도 주장을 맡을 의사가 있느냐라는 질문에 "선수들이 원한다면 그렇게 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내 플레이에 집중하는데 힘든 점은 있지만 개인보다 팀이 먼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kt 신명철. 구단 제공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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