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 출신 아버지 최지연씨가 캐디 맡아 '부녀 콤비'로 유명
"첫 우승까지 함께하기로 해…이제 아빠 쉬게 해 드리고 싶다"
20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실베이니아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마라톤 클래식에서 우승한 최운정(25·볼빅)은 아버지(최지연 씨)가 캐디를 맡아 경기에 나서는 '부녀 콤비'로 유명하다.
경찰관 출신인 아버지는 딸이 2부 투어에서 뛸 때인 2008년부터 이번 대회까지 8년간 캐디를 맡았다. 최운정이 첫 우승을 할 때까지만 하겠다고 한 것이 8년이 흘렀다.
2009년부터 LPGA 투어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최운정은 이번 대회 전까지 156개 대회에 출전했지만 준우승만 세 번 했다.
최운정은 첫 우승을 차지한 뒤 LPGA 투어 인터넷 홈페이지와의 인터뷰에서 "2012년께 기자회견장에서 내가 '첫 승을 할 때까지 아빠와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주위에서는 '(전문 캐디가 아닌) 아빠가 캐디를 해서 우승을 못 하는 것'이라고도 했다"며 "하지만 오늘 아빠가 옆에서 '참고 기다리라'며 조급해하지 않도록 도와줘서 우승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부친 최지연(56) 씨도 LPGA 투어 인터넷 홈페이지와의 인터뷰에서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며 "이제 (최)운정이도 골프를 더욱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행복해했다.
LPGA 투어는 "이들 부녀는 앞으로 2개 대회의 숙소 예약을 마쳤기 때문에 아마 2개 대회에 더 함께 호흡을 맞출 것"이라며 "그 뒤로는 새로운 캐디를 구할 것인지를 논의하게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최운정은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아버지도 내가 우승을 못하는 것에 대해 미안해하기도 하시고 '다른 캐디와도 해보라'고 말씀해주시기도 했다"며 "첫 우승까지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모르기도 했지만 이제는 좀 쉬게 해 드려야 할 것 같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일단 두 개 대회는 계속 아빠와 함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승을 차지한 뒤 아버지와 함께 "엄청 울었다"는 최운정은 "특히 18번 홀 2.5m 거리의 파 퍼트를 남기고 무척 긴장이 됐지만 오늘은 계속 느낌이 좋았기 때문에 연습한 대로 자신 있게 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지난해보다 올해 상반기에 성적이 비교적 좋지 않았던 그는 "거리를 늘리려고 운동도 많이 했는데 초반에 약간 부진해 조바심도 났지만 감각만 되찾으면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우승하면 하고 싶은 것이 많았는데 일단 아무 생각 없이 아빠를 안아 드리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최운정은 "일단 첫 승을 했으니 그다음은 좀 더 쉽게 올 것"이라고 기대하며 "원래 목표를 크게 잡는 편이 아닌데 앞으로 2승, 3승째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1989년부터 서울지방경찰청에서 근무한 아버지 최지연 씨는 "딸이 상당히 꼼꼼한 성격이라 다른 캐디를 구하는 일도 쉽지 않다"며 "좀 더 논의해서 가장 문제가 없을 시기에 캐디를 바꿀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지연 씨는 "벌써 다른 캐디로부터 함께 해보자는 전화가 온다"며 "당분간은 내가 계속 골프백을 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실 운정이는 크게 장점이 없는 편이지만 열심히 한 덕에 우승까지 할 수 있었다"며 "시즌 초반 성적이 안 좋았지만 그래도 열심히 노력하자고 다독였고 지난주 US오픈에서 9홀 최소타 기록을 세우면서 터널을 빠져나오는 느낌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이들 부녀는 또 소속사인 볼빅에 대해서도 고마움을 표했다. 이들은 "미국에서 활약하면서 아무것도 보여준 것이 없을 때 손을 내밀어줬다"며 "많은 지원을 받고도 우승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이번에 좋은 공으로 우승까지 하게 돼 더욱 기쁘다"고 입을 모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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